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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롯데'에서 '원롯데'로…신동빈의 도전 성공할까

  • 2026.07.07(화) 07:30

'형제의 난'에서 시작된 '원롯데'
내수 한계에 다시 손잡은 한·일 롯데
합작법인, 글로벌서 성과 낼지 관심

그래픽=비즈워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여 년간 추진해온 '원롯데(One LOTTE)' 전략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가 손잡고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서면서다.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한·일 롯데 시너지 전략이 이번에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투롯데'를 '원롯데'로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는 이달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출범한다. 양사는 이사회 의결과 관계국 기업결합 심사를 마쳤으며, 신규 법인은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전략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원롯데 전략의 출발점은 사실 사업 전략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 더 가까웠다. 롯데그룹은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창업한 뒤 1967년 롯데제과 설립을 계기로 한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같은 뿌리를 두고도 사실상 별개의 기업집단처럼 운영됐다. 그룹 후계 구도 역시 오랫동안 일본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한국은 차남 신동빈 회장으로 정리돼 있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핵심 계열사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형제 간 경영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판세는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롯데그룹은 7월 초 싱가포르에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의 합작법인을 출범한다. 지난 5월 싱가포르 현지에서 진행한 합작법인 사무실 개소식에서 (왼쪽 세 번째부터) 진영동 싱가포르JV 대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이시구로 일본 롯데제과 글로벌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롯데그룹

전환점은 2015년 베트남에서 열린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 글로벌 전략회의였다.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원 롯데, 원 리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신동빈 회장을 한국과 일본 롯데를 아우르는 단일 리더로 공식 인정했다. 같은 해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이른바 '투 롯데'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신 회장은 이후에도 원롯데 구상을 꾸준히 강조했다. 201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는 "한국과 일본 롯데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통합 경영을 하겠다"며 "원롯데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와 현재의 원롯데 전략은 결이 다르다. 당시에는 경영권 안정과 통합 리더십 구축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강했다. 반면 최근 다시 속도를 내는 원롯데는 해외 사업 확대와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 등 실질적인 사업 성과 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2015년 외쳤던 '원롯데'는 한국과 일본 롯데를 한 명의 경영자가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의미가 강했다"며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에도 꾸준히 한일 롯데 간 시너지 창출과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식품 계열사 전략회의도 정기적으로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모두 내수 시장 성장에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해외 사업 확대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를 계기로 원롯데 전략이 보다 구체적인 사업 협력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을 합치자

실제로 한국과 일본 모두 내수 시장 성장 둔화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저출산과 소비 침체로 식품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인구 감소와 장기 저성장으로 내수 시장 확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일 롯데 모두 해외 사업 확대 없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롯데는 이번 싱가포르 합작법인 출범을 계기로 협업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신규 법인은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은 물론 원재료 공동 구매, 물류와 마케팅 효율화, 공동 연구개발(R&D), 신규 시장 진출 전략 수립 등을 총괄하게 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해외 사업 전반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최근 원롯데 전략은 제품과 브랜드 협업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신 회장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에서 빼빼로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양사의 협업은 더욱 활발해졌다. 특히 일본 롯데 사업의 약 90%가 제과 부문에 집중돼 있는 만큼 양사가 가장 빠르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 '제과 부문'을 점찍었다.

대표 사례가 올해 선보인 '설레임 쿨리쉬'다. 일본 롯데의 대표 빙과 브랜드 '쿨리쉬'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출시한 것으로, 일본 현지 제품의 브랜드명과 콘셉트, 배합을 그대로 적용한 첫 사례다. 제품 교차 판매도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일본 롯데의 '파이노미'를 국내에 '파이열매'로 선보였고, 일본 롯데는 러버러버 젤리와 제로 젤리, 만두, 떡볶이 등 한국 제품 판매를 진행했다. 빼빼로 역시 일본 롯데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에서 설레임과 설레임 쿨리쉬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사진=롯데웰푸드

롯데지주 관계자는 "과거 롯데웰푸드는 인도를, 일본 롯데제과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롯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서 "현재는 각 지역에서 사업 기반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양사가 보유한 생산·영업 인프라와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4.4% 증가한 1조2047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롯데제과 역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약 9000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메가 브랜드 1호로 선정된 빼빼로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24%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원롯데 전략은 식품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호텔앤리조트와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일본 호텔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합작법인 '롯데호텔스 재팬'을 설립했다. 한국 롯데가 강점을 가진 호텔 사업 노하우를 일본 시장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다.

바이오와 벤처 분야에서도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한일 롯데는 그룹의 핵심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에 공동 투자하며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롯데벤처스는 '엘캠프 재팬'을 운영하며 양국 스타트업 발굴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과제는?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한국과 일본 롯데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지만 수십 년간 사실상 별개의 기업집단처럼 운영돼 왔다. 조직 문화와 사업 전략, 의사결정 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시너지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롯데 전략이 처음 제시된 이후에도 한·일 롯데 간 협업은 일부 투자와 제품 교차 판매, 사업 지원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가시적인 성공 사례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도 과제다. 현재까지 원롯데 전략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것은 빼빼로의 해외 성장과 최근 진행된 제품 교차 판매 정도다. 롯데가 목표로 내세운 빼빼로와 초코파이, 자일리톨껌, 코알라마치 등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원롯데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글로벌 식품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농심과 삼양식품은 라면을 앞세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CJ제일제당 역시 K푸드 열풍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네슬레와 몬델리즈 등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결국 한·일 롯데 연합군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외형 통합을 넘어, 양사가 보유한 생산·유통·브랜드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원롯데가 통합 리더십을 상징하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의 원롯데는 해외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사업 전략"이라며 "이번 싱가포르 합작법인은 신동빈 회장이 10여 년간 추진해온 원롯데 전략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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