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사들이 주력으로 내놓을 보험상품은 무엇일까? 저금리·저출산·저성장이라는 3중고로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위기를 타개할 보험상품 전략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다. 여기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기준(K-ICS) 도입으로 기존과는 다른 상품구조가 요구되고 있다. 2020 보험상품 트렌드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보험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가면서 보험사들이 새 성장동력이 되어줄 신(新)시장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규제로 꽉 막혀있던 헬스케어서비스를 비롯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관련 숨통이 트이면서 올해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던 헬스케어 관련 상품의 본격적인 개발과 진화가 기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영역의 보험상품 개발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 '건강하기에 보험에 무관심했던 고객군' 새로운 타깃
데이터3법 통과로 보험사는 '가명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을 비롯해 이를 활용한 마케팅, 인슈어테크, 헬스케어서비스 등에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3법은 특정 개인을 못 알아보게 처리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 이를 개별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각 기업이 가진 가명정보 결합도 가능해진다.
보험사는 자사 고객정보 이외의 정보 집적이 불가능하고 이마저도 제한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보험사뿐 아니라 다른 산업의 정보 결합을 통한 빅데이터 형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올해는 헬스케어를 접목한 상품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당국의 제도 완화와 데이터3법 통과로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기존 고객군을 대상으로 새로운 담보, 보장내용을 확대해왔고, 유병자 등 보험니즈가 있지만 가입이 어려웠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왔다"며 "앞으로는 건강해서 보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관리,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형태의 보험상품을 통해 보험가입 니즈가 적었던 사람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상품들이 나올 것이란 얘기다.
◇ 빅데이터 활용 위한 '정보 모으기 보험상품' 개발 추진
보험사들의 이같은 시도는 기존에 '당신도 암에 걸릴 수 있다', '불시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식의 공포마케팅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람들에게 '보험이 평생 건강관리 파트너가 되어준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단기간 시장이 형성되고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식전환 뿐 아니라 관련 상품 개발 역시 아직까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상품들이 초반부터 쏟아지기 보다는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집적하는 상품들이 우선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상품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상품개발 업무 담당자는 "지금까지 나온 상품들은 걸음수에 따라 실제 건강이 증진됐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실제 가입자의 건강관리를 통해 보험금 지급 패턴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담보들을 새롭게 가입, 해지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지금까지 전무했던 이러한 데이터들을 쌓기 위한 상품들이 우선적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상품개발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고유 데이터를 얻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데이터를 집적하거나 활용하기 위한 방법의 선택이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고유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상품 개발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데이터3법 관련) 법규 세부내용 등 제도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먼저 선도적인 회사들이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면 고객들의 반응이 오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가야할 길은 '확실'-올해 성과는 '글쎄'
그러나 올해 헬스케어, 건강증진형 상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데이터3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법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3법 통과로 '마이데이터 산업'에 따른 개인 맞춤형 보험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긴 하지만 의료법상 제한돼 있는 점이 많아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안 내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겠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헬스케어 관련 사업의 발전속도가 매우 느린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가 두터운 만큼 새로운 상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헬스케어 관련 보험 및 서비스가 보험업이 나아가야할 길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만큼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수 보험사들이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보험의 패러다임을 '사후 보완책'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는 기존에 포화된 보험시장을 벗어나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모두가 가야할 방향임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보험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이뤄져야하는 만큼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 활용 및 상품개발을 위해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과의 제휴를 늘리고 온라인플랫폼 등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며 "헬스케어는 고령자에게도 필요하지만 온라인 활용도가 높은 2030세대들도 타깃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