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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비교·대체 불가한 목적'에 주목하자

  • 2020.04.27(월) 09:30

모든 것을 다 잘하기는 어렵다. 두가지 이상의 기능이 결합된 상품을 구매해보면, 한가지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보험상품 홍보물에서도 여러 기능을 품고 있어 다재다능함을 강조하는 것이 목격된다. 예를 들어 질병에 걸리면 치료비로 사용할 수 있는 보험금이 지급되고, 질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시중금리보다 높은 저축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은퇴 후에는 연금으로 활용 가능함을 말한다. 각기 다른 목적을 품은 세 상품 홍모 문구가 아니라 한 상품의 특성을 나열한 것이다.

물론 하나의 보험상품이 보장, 저축, 연금, 절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소비자도 만만치 않은 보험료를 지불하여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많을수록 이익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보험사나 설계사의 달콤한 말에 쉽게 넘어간다. 하지만 보험 가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여러 목적 중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비교되거나 대체 가능하다. 보험상품에서 보장 이외 기능은 다른 금융상품 및 금융 이외 방법과 비교될 경우 절대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연금은 은퇴 후 소득 상실기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상품이다. 보험에서는 연금보험, 연금저축보험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금융상품인 연금저축펀드나 퇴직연금 등과 언제든지 비교될 수 있다. 특히 노후 대비 목적을 지닌 보험상품 대다수는 연금공시이율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최근까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기 때문에 이들의 수익률을 점검해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보험상품은 사업비를 선취하기 때문에 가입 후 수년이 지났지만 원금도 회복하지 못한 계약이 다수 관찰된다.

노후 대비란 목적은 금융 이외 방법과도 비교되고 대체될 수 있다. 우선 은퇴를 준비하는 가장 손쉬운 전략은 퇴직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동력을 제공하여 얻는 근로소득을 지속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은퇴 전략이다. 또한 부동산을 소유하여 임대료를 받는 등 은퇴를 대비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이들과 비교 노후 대비 목적으로 활용된 보험상품은 절대 우위를 지닐 수 없다.

다른 예로 보험상품을 저축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적립보험료를 활용하거나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인데, 이런 방법도 저금리로 인해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일정기간 이내 해지하면 납입 원금보다 적은 돈만 돌려받을 수 있어 현금유동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저축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 가입도 은행 적금 또는 펀드나 주식 투자 등과 비교할 때 절대 우위를 가질 수 없다.

최근 보험 관련 민원 중 다수는 보장 목적 보험상품을 저축 또는 연금으로 속여 발생한다. 사망보장이 주목적인 종신보험을 중개하며, 저축이나 연금 기능만 강조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경우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을 강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조기 해지 시 원금에 손실이 발생한다거나 물가상승률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동일 목적을 가진 다른 금융 상품과의 비교는 생략된다. 더 심하게는 종신보험이 아니라 연금 상품으로 둔갑시키는 의도적인 상품설명 부실도 존재한다. 계약 후 관련 문제를 인식한 고객은 민원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보험상품이 가진 근본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다. 보험은 미래 불확실한 사고를 담보로 체결된 계약에 보험료를 납입하면, 사고 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보험 계약의 목적은 사고 후 보험금이다. 앞서 살펴봤듯 연금이나 저축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과 비교 혹은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목적은 보험금이며, 다른 말로 보장이다.

쉬운 예를 들면 교통사고를 걱정하여 은행 적금에 가입하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대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동일하게 암이라는 질병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보험에 가입하면 되고, 건물에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및 기타 사고를 해결하는 방법은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보험 상품은 보장 기능으로 활용될 때 다른 어떤 방법과 비교해도 절대 우위를 가진다. 따라서 보험이 가진 고유의 기능은 보장이며, 이는 다른 방법으로 대체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잘못된 보험 가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는 방법은 보장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입한 보험 상품이 어떤 위험을 보장하는지 점검하고 사고 후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는지만 따져보면 된다. 금융 민원 중 보험 민원이 가장 많은 이유는 보장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보험금 이외 기능에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보험료 또한 사고 후 보험금을 받기 위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수십년 후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기 위해 과도한 적립보험료를 추가로 납입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따라서 보장을 위한 비용인 보장보험료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만 따져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보험사나 설계사에게 속았다는 하소연을 자주 접한다. 물론 속이는 것은 나쁘다. 하지만 속지 않기 위해서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는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고 후 보험금을 받기 위한 보장 목적만 다른 것과 비교되거나 대체될 수 없는 보험이 가진 절대적 목적이다. 이를 망각할때 보험과 관련된 피해는 확산된다.

물론 보장 이외 목적으로 보험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험은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에 존재하는 산업이다.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 회피란 주된 기능과 더불어 저축, 연금, 투자 등의 목적이 강조될 경우 불확실성은 배가되며, 보장이란 목적에서 멀어질 수 있다. 보험사와 중개인 그리고 소비자 모두 보험금이란 비교될 수 없고 대체 불가능한 보험 본연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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