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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아픈손가락 '부코핀'…정상화는 언제쯤

  • 2024.10.23(수) 13:40

카자흐서 쓴맛 본 KB, 인니서 반전 꾀했지만
1조 투자한 인니 부코핀 은행…더딘 정상화
국정감사서 질타…이복현 "심각하게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해외 투자 악몽'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KB은행(전 부코핀 은행) 인수를 위해 자금을 투입한 지 6년 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이 은행의 부실을 좀처럼 털어내지 못하면서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실채권 비율 등과 같은 체질개선은 더디다.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사업 '악몽' KB, 인니서 반전 꾀했지만…

KB국민은행은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좀처럼 웃지 못한 국내 은행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리딩뱅크로 손꼽히지만 해외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결정적인 계기는 카자흐스탄 진출 실패의 경험 때문이다. 지난 2008년 KB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5위 은행인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지분 41.9%를 9541억원에 사들이는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센터크레디트은행이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2016년 센터크레디트은행 지분을 1000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금의 9분의 1 가량을 회수하기는 했지만 KB국민은행에 카자흐스탄은 '아픈 기억'이다. 이때부터 KB국민은행은 글로벌에서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러한 평가를 뒤집기 위해 KB국민은행이 선택한 것이 인도네시아의 부코핀 은행이다. 2018년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자산 기준 14위 중형은행인 부코핀 은행의 지분 22%를 사들이기로 결정,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성장세가 가파른 동남아 지역의 주요 국가 중 하나였던 데다가 중형은행을 직접 인수하는 만큼 글로벌 사업 확장 교두보의 '즉시전력감'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괜찮은 투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9월 추가로 투자를 진행해 지분 67%를 확보 경영권을 획득, 부코핀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 당시까지 부코핀은행에 투자한 금액이 4097억원에 달했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았다. 

KB국민은행은 국내에서의 코로나19 위기를 버텨냈지만 부코핀은행은 이를 버티지 못했다. 주 고객층인 가계가 코로나19로 빚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고 부실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그렇게 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행 글로벌 사업의 또다른 악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 악몽 더는 없다 외친 KB

부코핀은행은 2020년 4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받은 이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부코핀은행의 순손실은 2021년 2725억원, 2022년 8020억원으로 급증했다. 

부담은 모기업인 KB금융지주로 이어졌다. KB금융지주는 2022년 신한금융지주에 3년 만에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KB부코핀은행의 부실이 KB금융지주 전체의 실적을 갉아먹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KB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부코핀은행을 어떻게든 정상화 해 글로벌 사업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털어넣었다. 충당금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른 은행과 규모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하게 쌓았다. 

올해에는 부코핀은행의 사명을 KB부코핀뱅크로 바꾼 이후 대대적인 IT분야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KB부코핀은행을 인도네시아 내 대표적인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과감한 투자로 인해 어느정도 성과는 나오는 모습이다. 2023년에는 적자 규모를 2612억원 수준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순손실은 1514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적자를 착실하게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역시 "부코핀은행의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적자규모가 감소하고 있으며 조만간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짜 '악몽' 떨쳤나

다만 아직은 불안한 모습이다. KB부코핀은행의 건전성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다.

KB부코핀은행은 부실이 본격화 한 이후 꾸준히 부실채권 매각·상각에 나서면서 건전성관리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부실 비중이 큰 편이다. 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1.31%다. 이는 부실이 본격화 했던 2021년(10.66%)과 비교해 오히려 0.65%포인트 악화한 수준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영업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현지 당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재를 받고 있어서다. 

최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이후 4년 6개월 간 28번의 제재를 받았다"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KB부코핀은행의 체질 전환을 위해 계획한 IT분야의 혁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KB부코핀은행의 차세대전산시스템은 불완전해 오픈 조차 하지 못했다"라며 "차세대전산시스템 이행을 위한 의무상황을 이행하지 못해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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