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같은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ADC는 생산 공정과 안전·품질 관리 난도가 높은만큼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 대형 CDMO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ADC 관련 다수의 파이프라인이 아직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초기부터 CDMO에 참여할 경우 향후 상업화 단계에서 대규모 생산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ADC가 차세대 항암 치료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주목 받고 있어 관련 CDMO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사, 개발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서비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ADC를 차세대 CDMO 사업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ADC 전용 설비와 공정 개발에 나서며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에 최대 500리터 규모의 ADC 생산이 가능한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했으며, ADC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임드바이오, 브릭바이오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또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3건 이상의 ADC 프로젝트를 협업하며 기술과 사업적인 측면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에 ADC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한 데 이어 임상용 ADC 위탁생산 계약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생산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 지난해 말 카나프테라퓨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ADC의 핵심 요소인 독자적 링커 기술 '솔루플렉스 링크(Soluflex Link)' 개발에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 확보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과 수주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ADC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기업과 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월에는 ADC 공동개발을 위한 3자 협약을 추가로 맺는 성과를 냈다.
셀트리온도 ADC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하며 연구개발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CDMO 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통해 ADC 항체 개발부터 생산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시 XDC(WuXi XDC) 등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자체 바이오베터(개량신약) ADC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전략이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ADC 신약과 CDMO 시장까지 확장해 'ADC'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중견사, 생산·합성 등 분업형 전략
중견 기업들 역시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AD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보제약은 ADC 연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임상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단계적인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픈한 용인시 기흥구에 전임상 연구용 시료 생산을 위한 'ADC 연구센터'는 전임상 시험용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 생산까지 가능한 전주기 ADC CDMO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경보제약은 이 시설을 기반으로 2026년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경보제약은 충남 아산에 약 855억원을 투자해 ADC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2027년 말부터 임상 1·2·3상에 사용되는 시료는 물론 ADC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회사는 ADC 공정개발과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 확대(Scale-up), 전임상 시료 제조를 통해 ADC 플랫폼을 체계화할 예정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를 주력으로 해온 SK팜테코는 ADC 분야로 CDMO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ADC에 필수적인 링커 및 고독성 약물(페이로드) 합성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완제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ADC 밸류체인 참여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ADC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항체 생산을 맡고 SK팜테코가 링커와 페이로드 기술을 결합하는 역할 분담 구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SK팜테코는 ADC CDMO 분야에서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향후 관련 수주 확대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ADC 신약 임상 수요 풍부 '긍정적'
ADC CDMO 시장에서는 기업의 규모와 보유 역량에 따라 전략이 뚜렷하게 갈린다. 대형 CDMO 기업들은 항체 생산부터 접합, 충전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목표로 전용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상업화 단계의 대량 생산 물량을 확보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중견·전문 기업들은 링커·페이로드 합성이나 접합 공정 등 특정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분업형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복수의 기업이 협력해 하나의 ADC CDMO 밸류체인을 구성함으로써 투자 부담을 줄이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ADC CDMO 사업은 매력적인 성장 동력인 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다. 고독성 약물 취급을 위한 안전 설비 구축, 복잡한 품질 관리 체계,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요구된다. 고객사 확보가 지연될 경우 설비 투자에 따른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ADC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텍이 다수 포진해 있어, 임상 단계 ADC 위탁개발·생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초기 임상 물량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며 공정 경험과 품질·안전 관리 역량을 축적할 수 있고, 이는 향후 해외 고객사나 상업화 단계의 대형 ADC CDMO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ADC 개발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임상 CDMO 수요가 형성돼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중요한 기회"라며 "이 과정에서 확보한 트랙레코드가 글로벌 고객사 유치와 상업 생산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