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보스턴 소재 신약개발사 인제니아테라퓨틱스가 내달 초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미국 법인을 둔 회사가 한국 증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회사는 코스닥 입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과 추가 기술이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상열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후속 파이프라인들은 후기임상을 거쳐 더 큰 기술이전 딜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 'IGT-427'을 기술이전한 바 있다. 이후 해당 물질이 임상 3상 단계까지 진입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하자, 이를 바탕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의 대형 기술이전(빅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머크와 기술이전 성과로 주목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연결된 기술이전 성과로 주목받았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치료 후보물질 'IGT-427'과 녹내장 치료 후보물질 'IGT-302'를 영국 소재 뉴코(NewCo) 아이바이오(EyeBio)에 총 1조391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당시 아이바이오는 버텍스·배인캐피탈 등이 펀딩한 뉴코(NewCo)로 자체 임상자산은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의 후보물질을 도입 이후 개발을 이어갔고, 기술 도입 이후 2년 만인 2024년 머크에 인수됐다. 그 결과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머크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
당시 머크는 아이바이오를 선급금 13억달러와 조건부 마일스톤 최대 17억달러를 포함한 최대 30억달러 규모로 인수했다. 이에 따라 IGT-427은 머크의 안과질환 파이프라인으로 편입됐으며, 머크 내부 코드명 'MK-8748'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머크는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IGT-427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은 140여개 기관에서 약 2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시험이다. 머크는 올해 3분기 당뇨병성 황반부종을 대상으로 한 적응증 확대 임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202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2030년 제품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임상 진전과 상업화에 따라 추가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 수령도 가능하다.
TIE2 활성화 기술 경쟁력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의 핵심 경쟁력은 혈관 안정화에 관여하는 'TIE2'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하는 항체 기술이다.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관세포에 존재하는 TIE2 수용체가 활성화돼야 한다. 기존 치료제들은 TIE2의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을 차단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하지만,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의 기술은 TIE2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혈관의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머크가 IGT-427의 임상개발을 진행하면서 플랫폼 기술의 가능성이 검증됐다고 보고 후속 파이프라인을 안과질환에서 전신질환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후속 자산은 당뇨병성 신장질환 치료 후보물질 'IGT-303'이다. 고혈당으로 사구체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지고 단백뇨가 발생하는데, IGT-303은 TIE2를 활성화해 손상된 사구체 혈관을 복구하는 기전이다.
비임상 영장류 시험에서는 IGT-303 투여군에서 단백뇨가 5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 한국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는 2026년 6월부터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했다.
상장으로 체력 확보…"기술이전 서두르지 않을 것"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IGT-303에 대해 머크와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임상 2a상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추진하되, 후보물질의 가치를 충분히 높인 뒤 계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IGT-303은 경쟁력을 갖춘 물질인 만큼 너무 빠르게 기술이전하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상장을 통해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고 후기 단계에서 더 큰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파이프라인인 'IGT-532'는 TIE2 활성화 기능에 VEGF와 PD-1 억제 기능을 결합한 삼중항체다. 회사는 2027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이와 함께 TIE2 항체에 질병 유발 단백질을 겨냥하는 항체를 결합하는 'LCIDEC' 플랫폼을 활용해 암, 폐동맥질환, 심혈관질환, 치매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달 초 코스닥 상장…최대 725억 조달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내달 초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2000원에서 1만4500원이다. 총 500만주를 공모해 최대 72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독특한 점은 미국 법인인 만큼 국내 상장을 위해 한국예탁증권(KDR) 방식을 택한 것이다. KDR은 해외 기업의 주식을 국내 예탁기관에 맡기고 이를 기초로 국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입성할 때 활용하는 미국예탁증권(ADR)과 유사한 구조다.
회사는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30일과 31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공모자금은 연구개발비와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회사는 내년부터 매년 15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IGT-303과 IGT-302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 대표는 "공모자금을 확보하면 지금까지 진행해온 임상개발을 차질 없이 이어갈 수 있다"며 "앞으로 2년 동안은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없이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