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자리매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전반적인 규제 체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개별 증권사로는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부동산 PF를 취급하면서 일각에서는 증권업계 부실 전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제3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개최하고 부동산PF 익스포져에 대한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 5월 제2차 협의회 논의 이후 현장 검사 등을 통해 파악한 리스크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해당 방안은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100% 설정 ▲부동산PF 채무보증 신용위험액 산정 위험 값을 기존 12%에서 현행 18%로 상향 조정 ▲조정유동성비율 100% 미만 증권사에 리스크 관리 및 점검 강화 등이 골자다.
여기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용위험 특례를 폐지하고 종금사에도 일반 증권사와 같이 부동산 대출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하는 방안과 ▲주기적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과 사업보고서상 관련 공시 등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내외 금융회사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때로는 공격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투자 포트폴리오에 내재된 리스크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부동산PF 익스포져의) 현황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평가 관리하는 체계는 충분한 수준까지 구축되지 않았다"며 "전반적 규제 체계를 개선해 PF 익스포져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과도한 위험 추구 행위를 제어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발표 이후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시장 전반의 잠재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감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부동산 금융 관리체계 구축 로드맵을 마련해 관련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PF를 활발하게 취급하고 있는 증권사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 극복 차원에서 증권사들은 별다른 규제 없이 부동산 채무보증을 확대하면서 수익을 창출해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채무보증 잔액은 총 28조원으로 이중 증권사 잔액은 전체의 93.2%에 해당하는 26조원에 달한다.
개별 증권사 중에서는 개별 채무보증액이 가장 큰 메리츠종금증권이 주목받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보증잔액 비율이 150% 이상 수준으로 통상 100% 미만인 다른 증권사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추산된다. 메리츠종금의 채무보증 추산액은 7~8조원 수준으로 자기자본 3조7000억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은 메리츠종금이 정부 정책 여파에 부동산PF 수익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NH투자증권은 "메리츠종금이 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나머지 대형 증권사들의 직접적 규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 발표 이후 지난 5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일 대비 65원 하락한 4155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9일 장중 3600원을 내줬다. 메리츠종금증권 주가가 360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23일(종가 3685원)이후 약 1년4개월 만이다.
부동산PF 채무보증액 비중이 타사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도 주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1600원 하락한 7만900원에 장을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련 영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증권사 주 수입원이었던 부동산PF 관련 활동이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증권사가 부동산PF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부실전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