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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 탄 대체거래소]①'발 담글까 말까'...실익 따지는 증권사들

  • 2022.06.09(목) 06:10

30여개 증권사, ATS 투자 참여 시사
메리츠·토스 등 불참 의사…실익 의문

한국거래소와 경쟁하게 될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가속도가 붙은 가운데 증권사들이 계산기 두드리기에 한창이다.

의결권을 쥘 수 있다는 기대감에 30개에 달하는 증권사가 ATS 주주가 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참여를 꺼리고 있다. 수익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업에 들어갈 투자금이 묶이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증권거래소 경쟁체제 개막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내 자본시장혁신과제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ATS 설립 참여 여부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TF는 금투협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개 ATS준비설립위원회 증권사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됐다. 

TF가 제시한 ATS의 목표 자본금은 1000억원 이상이다. 7개 주요 출자자외 출자를 원하는 증권사들의 수요를 알아본 결과 약 30곳의 증권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ATS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설립 근거가 마련됐지만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곳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엔 기준 거래량을 증권시장 전체의 5%에서 15%로, 개별종목의 경우 10%에서 30%로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유동성 확보 우려 등으로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증권업계는 대체로 ATS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TS가 설립되면 한국거래소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변모하면서 수수료 인하와 거래시간 연장, 빠른 매매체결이 이뤄지면서 거래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분 투자를 결정한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거래소를 포함해 영업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늘게 되는 등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주로 참여할 경우 ATS 운영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분을 갖게되는 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새로운 판에서 '룰 메이커'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실익 있을까'...메리츠·토스 불참

투자 실익에 의문을 갖고 ATS 설립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곳도 있다. 메리츠증권과 토스증권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우선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한국거래소의 지분을 5.83%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며 두 증권사가 갖고 있던 지분이 통합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배당수익은 연 10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지만 메리츠증권에 떨어진 배당금은 58억원에 그쳤다. 메리츠증권으로선 거래소의 상장 계획이 무산되며 사실상 자금이 묶인 상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불참 사유에 관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입장에선 더욱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사업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참여 유인이 더 떨어진다. 올 1분기 순영업수익 4863억원중 브로커리지 수익은 171억원으로 4%에 불과하다. 국내 주식시장 매매 거래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비중이 69%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작년에 매매 거래 서비스를 개시한 토스증권의 경우 ATS 설립 참여를 두고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렸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국내 주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며 "일단 시장점유율을 높인 다음에 참여를 고려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매매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카카오페이증권을 비롯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등이 정확하게 나온 다음에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대상 수요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자본시장혁신과제 태스크포스 TF에서는 증권외 여타 업종의 참여 의사 타진을 고려 중이다. ATS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군이 주식 외에도 상장지수펀드(ETF), 증권화 상품 혹은 가상자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통 증권외 여타 업종을 두루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영돈 금투협 자본시장혁신TF 부장은 "증권 외 다른 업종의 주주 참여도 검토하고 있지만 업종을 구체화하진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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