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종목명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하이브와의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그간 카카오 측은 SM엔터와 전략적 제휴 관계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법원이 신주발행금지 결정을 내린 이후 본격적인 경영권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년 전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서 출발한 SM 사태는 하이브와 카카오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혼돈의 SM엔터 1년을 정리해봤다.
① SM엔터 vs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지금의 경영권 분쟁에 이르게 된 출발점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활동이었다. 지난해 2월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 측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라이크기획 문제는 얼라인파트너스 이전에 KB자산운용이 먼저 지적했던 문제였지만, 이후 흐름이 달랐다.
지난해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곽준호 감사 후보자가 국민연금 및 기관·소액주주들의 지지속에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여세를 몰아 얼라인파트너스는 지속적으로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를 요구했고, 이에 SM엔터는 지난해 10월 라이크기획과 계약 조기 종료를 발표했다.
그 후로도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SM엔터의 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요구했다. SM엔터 이사회는 결국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에스엠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 합의안을 발표했다.
② 이수만-하이브 vs SM엔터 이사회-카카오
이사회가 얼라인파트너스 측 요구를 전격 수용하며 일단락되는 모양새였던 SM엔터 사태.
그러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2월 SM엔터 이사회가 이수만 전 총괄을 배제하는 내용의 'SM 3.0' 전략을 발표하고, 연이어 카카오를 대상으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수만 전 총괄은 즉각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어 하이브에게 자신의 지분 중 14.8%를 넘기는 주식양수도 계약도 발표했다.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더라도 상황을 뒤집겠다는 의도였다. 뒤이어 하이브는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사들이겠다는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SM이사회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법원의 가처분 심리에서 SM엔터와 카카오가 맺은 계약 내용이 공개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더욱 점입가경으로 빠졌다. SM엔터와 카카오가 맺은 계약서에 SM엔터가 향후 신주 발행 시 카카오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브 측은 신주 우선권이 사실상 카카오가 에스엠의 경영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며, 주주 이익을 훼손시킬 수 있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계약 내용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 측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카카오엔터는 우선협상권은 소수 주주가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희석 방지조항이며, 주주 이익이 훼손된다는 하이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겠다는 선전포고였다.
③ 하이브 vs 카카오
2월말 SM엔터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격(12만원) 아래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로 기울어가는 시점, 모든 시선은 법원으로 집중됐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카카오가 쥐게될 지분이 9.05% 또는 0% 중 하나로 결론나기 때문이다.
결과는 이수만 전 총괄과 하이브 측의 승리였다. 지난 3일 법원은 이수만 전 총괄이 SM엔터를 상대로 제기한 카카오 대상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주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 카카오는 물러서지 않고 반격을 개시했다. 7일 주당 15만원에 SM엔터 총발행주식의 35%를 사들이겠다는 내용의 공개매수를 발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4.91%를 이미 확보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특히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날(2월 28일)에만 100만주 이상을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이미 확보한 지분을 포함 39.91%를 보유하게 된다. 공개매수 지지를 표명한 우군인 SM엔터 이사회 지분까지 합하면 40%를 넘길 수 있다.
이는 '하이브-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율(19.43%)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만 하이브와 카카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더라도 끝나지 않는다. 하이브의 반격도 관건이지만, 카카오가 장내 매수와 공개매수로 취득한 지분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SM엔터의 새로운 이사진을 선출하는 정기주총까지 양측의 의결권 확보 전쟁은 또다른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