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그룹과 잇달아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스마트빌딩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빌딩은 부동산 자산운용을 단순한 금융투자업이 아닌 '공간 비즈니스'로 정의하는 이지스운용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더 주목할 만하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은 지난 9일 현대차그룹과 로봇 친화 스마트빌딩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서 지난 2월과 4월에는 삼성전자와 스마트빌딩 구축 관련 MOU를 두 차례 체결하기도 했다.
이지스운용이 강조하는 공간 비즈니스의 개념은 투자자의 궁극적인 수익 향상을 위해선 입지와 용도 등 부동산 투자 관점에 고려해야 할 요소를 넘어 공간 자체의 기술, 스펙, 콘텐츠 등으로 이용자가 만족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비즈니스는 지난해 말 신설한 '공간투자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공간투자그룹 조직 산하에는 부동산 투자파트 외에도 △부동산 기반의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공간비즈니스파트 △공간 이용자를 위한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기획∙실행하는 공간콘텐츠실 등 보통 자산운용사에선 보기 힘든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올 초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 출신 임원이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금투업계는 이지스운용이 스마트빌딩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공간 비즈니스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마트빌딩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5G, 로봇 등 최신 기술과 공간 운영시스템(OS)을 결합한 미래형 공간이다. 빌딩 운영의 자동화∙효율화로 공간 이용자의 편의를 대폭 높일 수 있어 기존 빌딩들보다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지스운용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마트빌딩은 내년 1분기 준공 예정인 '팩토리얼 성수'다. '팩토리얼(FACTORIAL)'은 이지스운용이 테크기업 임차인을 주요 사용자로 고려해 출시하는 스마트오피스 브랜드다.
팩토리얼 성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에 연면적 2만1030㎡,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진다. 지상 3층부터 10층까지는 오피스 공간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성수동의 특색에 맞는 리테일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 건물은 특히 삼성전자의 AI, IoT, 5G 기술과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기술이 결합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빌딩의 공조·조명·전력 등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는 b.IoT 플랫폼과 다양한 IoT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주거 공간의 IoT 경험을 오피스로 확장한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토털 솔루션으로 주차와 전기차 충전, 물품 배송 및 수령 등을 로봇이 대신하게 할 전망이다.
이지스운용은 스마트빌딩의 고도화를 위해 민∙관 협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건축물을 첨단기술 플랫폼으로 조성하기 위한 '스마트+빌딩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가운데 금융기업으로는 이지스자산운용과 다올금융그룹이 참여했다. 스마트+빌딩 얼라이언스는 민간이 선도모델을 제시하고 이행하면 정부가 제도 개선과 투자 등을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