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부동산전문 운용사로 성장해 온 이지스자산운용의 사업다각화가 주목받고 있다.
고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부동산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증권·인프라·기업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신설한 증권부문, 수탁고 1조원 돌파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해 4월 신설한 증권부문(부문대표 장지영)은 다양한 증권투자형 상품을 집중적으로 출시,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조원 이상의 수탁고(약정 기준)을 쌓으며 업계 리테일 상품기획 담당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상장리츠 투자펀드가 대표적이다. 부동산에 특화된 장점을 살려 조성한 이 펀드들은 상장리츠를 장내 매수하거나, 장외서 신규 발행 물량을 인수하는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최근 SK리츠의 수처리센터 매입에 5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SK리츠가 수처리센터를 매입하기 위해 만든 자(子)리츠의 우선주 500억 원 규모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배당을 제공하는 혼합형 펀드도 다수 출시했다. 리츠 등 고배당 주식과 채권, 공모주 등을 혼합하는 방식이 많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수익률 기여도 측면에서 배당이 주가 상승보다 영향력이 큰 경향에 따른 것이다. 이 밖에도 코스닥벤처펀드,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 하이일드펀드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쌓고 있다.해외 세컨더리 투자 등 '위기 속 기회' 포착
지난달 창사 후 처음으로 1억 달러 규모의 해외 기업 세컨더리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성공하며, 대체투자 부문의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세컨더리 투자는 이미 조성된 펀드 투자금을 중도 회수하기 위해 비상장주식, 사모대출 등이 할인 매물로 나왔을 때 이를 사들여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새로 조성되는 펀드에 참여하는 프라이머리(Primary) 투자보다 회수 기간이 짧고, 가격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이 블라인드펀드가 미국 뉴욕에서 발굴한 세컨더리 투자 기회를 해외 현지 투자자보다 늦지 않게 공동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부침 속에서도 다양한 기회를 발굴한다는 전략이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첫 투자 대상은 글로벌 은행이 보유한 기업 지분 포트폴리오를 매입한 거래로, 할인율이 작년 말 기준 순자산가치(NAV) 대비 33%에 달했다.
세컨더리 펀드는 시장의 하락 국면서 투자가 주로 발생하는 측면에서 부실채권(NPL) 펀드와도 유사하다. 그동안 이지스자산운용은 NPL 투자에 특화된 AI부문 중심으로 구제금융 노하우를 쌓았다. 국내에서 NPL펀드를 조성해 1조2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해 왔다. 이 같은 트랙레코드에서 부동산 개발사업과 금융 재구조화에 대한 전문성을 입증했고, 최근 자산관리공사(KAMCO)의 'PF정상화 지원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이 부분이 주효했다.지난달 공모채 발행도 목표액 웃돌며 '성공'
한편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해외 부동산펀드의 위기와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 강화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지난달 공모채 발행에 성공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목표액(300억원)을 웃돈 330억 원을 모집한 것이다. 최근 일부 증권사, 건설사 등이 공모채 발행에 실패하고 사모채로 자금을 조달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아울러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주요 주주 편입 등으로 새로운 사업 시너지를 위한 교두보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부동산에 특화된 두 회사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개발·투자 등의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축되는 부동산 경기에도 새로운 성과들을 만들고 있다"며 "증권형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상장주식,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의 외연을 넓히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