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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고치면 '에버랜드CB' 재발 막을 수 있나요?

  • 2025.04.01(화) 15:39

1일 한덕수 권한대행 상법 거부권 행사 직후 정부 브리핑
"상법 개정 부작용 많다…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다시 강조"
주주이익침해 대표 격 에버랜드CB에 대해선 "해법 모색"

법무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1일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김석우 법무부 차관,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사진=김보라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가운데 법무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상법 개정보단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보호가 옳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상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대표적인 주주이익침해 사례로 꼽혀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과 같은 사례가 재발할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정부안대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되,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같은 사례는 추가 제도 보완을 통해 주주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법무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상법개정안 재의요구 관련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는 김석우 법무부 차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참석했다. 

정부 "상법 개정안은 부작용 많아"…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브리핑을 맡은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상법 개정 기본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해당 법률안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의 요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석우 차관은 "상법 개정안은 문언상 모든 법인에 대해 이사의 모든 행위를 규율하는 구조"라며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 또는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문언상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은 "이러한 불명확성 때문에 이 법률안은 일반주주 이익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직면하게 함으로써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을 통해 주주보호를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정부는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회사의 합병‧분할 등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거래를 특정해 보다 실효성 있게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이 우리 현실에 더욱 적합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하지만 부족한 점 인정도 

정부는 다만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론 주주이익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대표적인 주주이익침해 사례로 꼽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대해 김범석 기재부 제1차관은 "이사의 충실 의무나 그런 것만으론 해결이 안 되고 최종적으로 여러 가지 사례나 제도가 정리되고 판례로 정착이 돼야 한다"며 "법으로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있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 2009년 대법원은 "기존 주주들 간의 문제일 뿐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또 주식회사의 이사(상법상 이사회 구성원)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만 개별 주주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이 판결로 인해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사실상 굳혀졌고, 결과적으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규정으로 그런 문제점(에버랜드 전환사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다만 기업 내부의 배임행위 여부, 민형사상 책임 등에서 어느 정도 기준이 정립되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관련한 문제에 대한 결과가 달라질 것 같냐는 질문엔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김석우 차관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취지는 크게 합병과 물적분할이이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지금 여러 가지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주이익침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은 합병과 분할 위주이긴 하지만 전환사채 등 나머지 부분도 저희가 여러 가지 제도개선이나 법 개정으로 보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들어가지 않는 다른 제도 개선도 계속 추구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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