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내달 1일 퇴직연금 사업을 공식 개시한다. 후발주자지만 국내 주식 투자 고객 기반과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10년내 증권업권내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원리금 보장 중심에서 ETF(상장지수펀드) 등 투자형 상품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주식 거래 고객을 연금 고객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레드오션 아니다" 후발주자로 도전장 내민 이유
키움증권은 28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퇴직연금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키움증권은 지난 21년간 국내 주식시장 1위를 이어오며 개인 투자자들이 무엇을 어려워하고 어떤 정보를 원하며 어떤 방식의 플랫폼을 편리하게 느끼는지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해 온 회사"라며 "그동안 축적해 온 온라인 투자 플랫폼 경험과 IT(정보기술) 경쟁력을 퇴직연금 자산 관리에도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이 뒤늦게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는 건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온라인 플랫폼 기반 증권사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퇴직연금 시장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중심에서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물 이전 제도 시행 이후 가입자의 사업자 선택권도 확대되면서 은행·보험 중심이던 시장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9조7000억원(16.1%) 증가했다.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증권사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졌다. 증권업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131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26.2%를 차지했다. 2023년 22.7%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24.1%로 오른 데 이어 26%대를 넘어섰다.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에서도 증권사의 실적배당형 운용금액은 59조4000억원으로 은행(49조8000억원)과 보험사(13조8000억원)를 웃돌았다.
표영대 키움증권 연금플랫폼본부장(상무)은 "초기 퇴직연금 시장은 오프라인 대면 영업 경쟁력이 전부였기 때문에 키움증권의 사업 성격과 맞지 않았다"며 "실물 이전 제도 시행 이후 가입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온라인으로 처리 가능한 업무 범위도 넓어지면서 지금이 진입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시장은 10년 후 1200조가 넘을 것"이라며 "이미 레드오션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지만 초기 퇴직연금 시장과 현재 시장은 본질적으로 다른 시장으로 변화했다"고 부연했다.퇴직연금도 '영웅문'에서…가입 첫해 수수료 전액 면제
키움증권이 내세운 차별화의 핵심은 플랫폼이다. 키움증권은 기존 '영웅문' 환경을 퇴직연금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고객은 일반 주식 거래와 동일한 인터페이스에서 퇴직연금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적립식 투자, 자동감시주문 등 기존 MTS 기능도 연금 계좌에 그대로 적용된다.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AI 포트폴리오 자동 운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개인연금·ISA 등 주요 절세 계좌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도 구축할 계획이다.
표 본부장은 "기존에는 퇴직연금에서 ETF를 매매하려면 별도 계좌로 자금을 이체해야 하거나 실시간 체결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키움증권은 기존 주식 매매의 모든 기능을 퇴직연금 고객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전략도 공격적이다. 키움증권은 DB(확정급여형)·DC(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 전 제도에 대해 가입 첫해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DB 수수료는 전 권역 최저 수준, DC는 증권업 평균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특히 IRP에는 업계 최초의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 수익률이 예금 금리 이상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 승인도 이미 마쳤다.
이승진 키움증권 연금전략팀장은 "고객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수수료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고객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연금 자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수수료 체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상품 라인업도 후발주자 한계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키움증권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경우 기존 사업자들이 구축한 협약 수준 이상으로 상품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적배당형 상품도 퇴직연금 전용 펀드를 중심으로 상품군을 꾸리고, 타 사업자에서 거래 가능한 ETF는 대부분 등록해 실시간 매매에 불편이 없도록 준비했다.
송수열 키움증권 연금컨설팅팀장은 "DC와 IRP 시장에서 투자상품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기존 키움증권 고객들이 익숙한 투자 환경을 퇴직연금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상품과 플랫폼을 함께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외화 상품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키움증권은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개인·법인 고객 모두에게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를 우선 공급한다. 이후 외화 채권과 ELS(주가연계증권)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점 없는 게 오히려 강점" 증권 머니무브 수혜까지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다는 점도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웠다. 기존 퇴직연금 시장이 지점 기반 대면 영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는 비대면 플랫폼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표영대 연금플랫폼본부장은 "퇴직연금 시장은 그동안 대면 영업망 경쟁력이 곧 적립금 순위로 이어지는 구조였다"며 "지점망이 많은 은행과 보험사가 상위를 차지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시장 구조도 바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 영업 방식도 기존 관행을 뒤집겠다는 구상이다. 키움증권은 근로자가 앱에서 직접 자신의 회사 퇴직연금 사업자로 키움증권을 지정 요청하는 기능을 신설했다. 사용자(법인)가 사업자를 결정하면 근로자는 그에 따르는 기존 관행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표 본부장은 "영웅문에서 재직 중인 회사의 DB·DC 퇴직연금 사업자로 키움증권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면 저희가 해당 기업을 직접 찾아가 사업자로 진입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었다"며 "가입자들이 사업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2035년까지 증권업권 내 점유율 10%, 전체 사업자 기준 적립금 순위 톱5 진입을 퇴직연금 사업의 첫 목표로 세웠다. 올해는 5000억원 수준의 적립금을 목표로 잡고, 외형 확대보다 사업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 특성상 후발주자의 단기간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지만, 현재 성장 흐름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표 본부장은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10위권 밖에서 현재 5위권으로 올라섰고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적립금 증가 속도도 빠르다"며 "키움증권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