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의 숙원사업이던 ‘공모펀드 X클래스’가 금투협 스스로의 관심도 받지 못하며 9개월 째 표류 중이다. 공모펀드 X클래스는 일반 공모펀드 시장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직접 상장하도록 한 상품이다.
전임 회장인 서유석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제도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어 상품 출시를 이뤄냈지만, 출시 9개월차를 맞은 지금도 투자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홍보 부족으로 아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는데다 단 2개 상품만 출시된 상태로 상장지수펀드(ETF)에 비해 투자 유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금투협 회장이 바뀌면서 금투협 내부에서조차 공모펀드 X클래스의 거래 활성화 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한 공모펀드 X클래스는 대신자산운용의 '대신 KOSPI200인덱스 X클래스'와 유진자산운용의 '유진 챔피언중단기크레딧 X클래스'뿐이다. 이 2종이 2025년 10월 27일 첫 상장한 X클래스 상품으로 이후 추가 출시는 아직까지 없다.
상장한 2종의 거래 실적도 부진하다. 대신 KOSPI200인덱스 X클래스는 출시 당일부터 올해 7월 1일까지 167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거래대금 2075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신자산운용의 코스피200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DAISHIN343 K200'(3억6225만원)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21.73%로 DAISHIN343 K200(127.34%)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그렇다.
유진 챔피언중단기크레딧 X클래스는 출시 이후 이날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3629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초 이후를 살펴보면 거래가 아예 없어서 거래대금 '0'을 기록한 날도 여럿이다.
공모펀드의 거래소 직접 상장은 서유석 전 금투협회장이 2023년 초 취임했을 때부터 공모펀드 시장 부활을 목표로 밀던 공약이었다. 본래 현행법상 공모펀드는 ETF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투자자가 주식처럼 거래소를 통해 직접 사고팔 수 없는 상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투협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활용했다. 이 제도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서비스를 신청한 기업에 관련 법령 등의 규제 특례를 부여해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에도 테스트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모펀드 직접 상장의 경우 기존 공모펀드에 X클래스를 신설해 상장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정해졌다. 자산운용사는 상품 출시일로부터 2년 동안 이 펀드를 운용할 수 있고, 연장을 신청하면 금융당국에서 심사를 거쳐 추가 기간 2년을 부여할지를 결정한다.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은 2027년 10월 27일까지 공모펀드 X클래스를 운용할 수 있다. 아직 1년 넘게 기간이 남았지만, 현재 거래량을 살펴보면 연장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자산운용사는 20여곳이 넘지만, 이들이 공모펀드 X클래스를 추가로 상장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기존 상품 2종의 성적이 부진한 데다 시장 진입을 막는 까다로운 요건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가 공모펀드 X클래스를 상장하려면 기반이 되는 기존 공모펀드의 운용자산(AUM)이 5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공모펀드 3344종 중 운용자산 500억원 이상은 579종(17%)에 불과하다.
몸집 큰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대형 자산운용사의 경우 ETF 사업에 역점을 두는 데다 기존 공모펀드 판매사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공모펀드 X클래스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부족하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공모펀드 운용자산 500억원 요건을 충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X클래스 기반이 되는 기존 공모펀드에서 국내외 상장사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배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외 주식형 액티브 펀드 운용에 강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공모펀드 X클래스를 상장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국내외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의 관심을 끄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금투협은 공모펀드 X클래스 상장 직전인 2025년 10월 23일 “추가 상품 출시 및 상장 공모펀드의 법제화를 위한 법 개정을 지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6년 7월 1일 현재까지 눈에 띄는 지원은 보이지 않는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차별화된 상품을 투자자에게 선보일 기회로서 공모펀드 X클래스 상장에 관심이 있었기에 요건 완화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며 “지금은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이 공모펀드 X클래스 상장 이후 상품 홍보에 미온적인 것도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서 전 회장의 다른 약속이었던 자산운용업계 공동 연금펀드인 ‘디딤펀드’의 경우 2024년 10월 출시와 함께 디딤펀드 운용사 25곳 중 21곳이 참여하는 릴레이 기자간담회를 11일 동안 열기도 했다. 하지만 공모펀드 X클래스와 관련해서는 상장 이후 별다른 홍보활동이나 운영 부진에 따른 대책을 내놓은 일이 없다.
올해 초 황성엽 회장으로 협회 리더가 바뀌면서 전임자의 정책인 공모펀드 X클래스를 향한 금투협의 무관심은 더 깊어지는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금투협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모펀드 X클래스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