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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부지로 SK그룹사들이 대거 자리 잡은 울산광역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 '딥시크' 등 글로벌 AI 확산 흐름과 함께 국내에서도 AI 인프라 수요 급증이 예상되고 정부의 관련 산업 육성 의지도 강한 만큼 SK그룹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에 AIDC를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 AIDC에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허브 규모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SK텔레콤뿐 아니라 SK그룹 관계사들은 울산을 AIDC 입지로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SK그룹사 고위 관계자는 "울산은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에코플랜트, SK E&S도 있어 그룹사 공장 부지, 각종 기능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이라며 "용지뿐 아니라 용수, 전력 수급, 건설 등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지난해 AIDC 관련 킥오프 회의 때 그룹 차원에서 울산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고 전했다.
실제 AIDC를 건립하려면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는 기본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고효율 전력 수급, 제한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솔루션 관련 기술 역량이 필요한데 울산이 이런 인프라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현우 SK텔레콤 AIDC추진본부장은 최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가진 역량을 결집하고 활용해 가장 싸고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당사의 경우 AIDC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DC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제공해 SK만의 AIDC 생태계 확보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울산을 AI 인프라 구축의 거점이자 확산의 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울산포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렌징이 잘 돼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AI를 훈련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울산의 개별 기업이 이렇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울산 산업단지 내 전체 데이터를 다같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AI 관련 인프라를 만들고, 이를 울산 제조업에 맞도록 반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울산포럼은 SK이노베이션의 모태인 울산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최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지역 행사다.
울산시도 SK의 AIDC 건립 계획을 반기는 분위기다. 울산시 관계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 정부 차원에서 AIDC 건립을 추진중이고, 이달 말까지 민간기업 대상으로 의향서를 받고 있어 울산시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확정까진 안 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사 고위 관계자는 "걸리는 대목이 있다면 울산이 서울에서 먼 까닭에 임직원의 장거리 이동 이슈가 있고, 대구와 같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AIDC 유치를 원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이 이처럼 AIDC를 건립하려는 배경은 챗GPT 열풍에 이어 딥시크의 등장에 따라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이현우 AIDC추진본부장은 "딥시크의 개발에 투입된 리소스 규모에 대한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가성비 높은 AI 모델의 등장은 오히려 AIDC와 같은 AI 인프라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력한 계기로 작용한다. 정부는 AI 밸류체인 전반에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전력, 입지 관련 제도 개선으로 AIDC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특히 비수도권 AIDC에 대한 전력계통 영향평가 우대를 검토하고 있다. 입지 제도와 관련해선 AIDC 입지로 △항만배후단지 △공항구역내 공항지원시설 △승강기·미술품 설치 기준 등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AIDC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9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 성장했다. 앞으로의 성장속도는 더욱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룹사, 글로벌 플레이어와 적극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AIDC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AIDC 사업부 매출은 시장 수요에 기반해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두자릿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DC 생태계를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SK 강점을 활용한 신규 BM(비즈니스모델) 기회들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며 "국내 지역 거점에 하이퍼 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고, 중장기적으로 이를 스케일업 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말 그룹 CEO세미나에서 "그룹사, 외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DC를 만들고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의 연장선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AIDC는 부지뿐 아니라 막대한 규모의 전력 인프라부터 기반이 돼야 하는 시설이라 정부 정책과 인허가, 그룹사, 공동 투자 기업 등 고려할 것들이 많아 현재까진 구상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