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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야당도 못잡는 집값, 안정기 오긴 할까

  • 2021.05.12(수) 10:00

토지거래허가 등 규제에도 재건축 기대감에 다시 들썩
풍부한 유동성, 안정화 요원…실수요 위한 미세조정 예상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가진 취임 4주년 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대책과 주택 공급 확대 등 25번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임기 4년 동안 집값은 오히려 크게 올랐다. 대통령이 실패를 인정해야할 만큼 시장 안정은 쉽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공격했던 야당의 상황도 현재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며 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등 투기를 엄단하겠다고 했지만 집값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 백약이 무효…서울 아파트 '6억→10억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마이너스(집값 하락)를 기록한 기간은 세번 정도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8월 약 한달 동안 서울 집값은 하락했다. 현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대책과 이후 발표한 8.2대책의 영향이다. 당시만 해도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규제 중심의 대책을 구성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6.19대책에선 LTV와 DTI 등 금융규제를 강화했다. 역대급 규제라고 평가받았던 8.2대책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과 양도소득세 강화,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세대 당 1건으로 제한하는 등의 다주택자 금융규제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고 이내 집값은 다시 상승곡선으로 전환했다.

두 번째 하락기는 2018년 11월부터다. 이듬해인 2019년 6월 중순까지 하락세가 이어지며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 정부 임기 중 집값이 가장 오랜 시간 하락세를 기록했던 시기다. 

규제와 공급 대책이 동시에 발표된 게 시장을 진정시켰다. 2018년 9월에는 9.13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율을 올리면서 고가‧다주택자의 세금부담을 늘렸고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이와 동시에 9월21일에는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마지막 하락기는 작년 3월이었다. 약 두달 동안 지속됐다. 2019년 12.16대책에서 시세 9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고가‧다주택자들의 종부세율을 올리는 등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면서 시장은 위축됐다. 특히 늘어나는 세금에 부담을 느낀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고, 이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후 정부가 6.17대책과 7.10대책, 주택공급 확대 방안인 8.4대책 등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에는 멱혀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상승폭 축소와 확대 등을 반복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2017년 5월 6억635만원에서 4년 후인 지금은 9억8667만원(KB주택가격동향, 4월 기준)으로 62.7% 올랐다.

부동산 민심은 돌아섰고, 이를 기반으로 서울시장에 오른 오세훈 시장(국민의힘)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달리 민간 재건축 활성화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내세웠는데, 개발 기대감에 재건축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관련기사: '백약이 무효' 재건축 불씨, 서울 전역 확산할라(05.08)

오세훈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며 투기 세력을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오히려 상승세는 확대됐다. 오세훈 시장도 계획했던 민간 재건축 활성화 등 부동산 정책에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도, 야당 지자체장도 시장에 연패하고 있는 셈이다.  

◇ 안정기 올까

정책 실책 뿐 아니라 0%대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유동성이 풍부했던 것도 부동산을 잡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53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월 기준 M2는 3224조 1838억원으로 더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전년도 상반기보다 32조2000억원 급증하는 등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쏠렸다.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아파트가 대부분인데다 대출문턱이 높아 웬만한 현금부자들이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재건축 단지에서 잇따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근본적으로 시장 기저에 깔린 저금리 장기화로 풍부해진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기 때문"이라며 "누구나 돈을 벌려고 하는 상황에서 투입자본 대비 가장 큰 폭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라 강력한 투기수요 억제 정책에도 모든 틈새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대외적으로 저금리와 유동성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국내 상황을 보면 수급 불균형이 집값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 등의 거시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정책 방향을 크게 선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집값 안정화가 더욱 험난한 이유다. 다만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인정한 만큼 실수요자를 타깃으로 미세조정 수준의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시장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32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단기간 사라지지는 않을테니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투기와 무관한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과세부담 현실화와 대출규제 완화 등은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미세조정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소장은 "정부가 2.4대책을 발표하는 등 주택 공급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예정지구와 신규택지 등을 발표하고 있는데 개발계획은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라며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규제와 세부담 완화도 구매력을 높이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집값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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