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정부, 출범도 전 '주택공급 한계' 말한 까닭

  • 2022.04.13(수) 07:15

공급 핵심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속도조절
"임기 말 돼야 실제 공급…집값 잡는 게 우선"
새 정부 출범도 전에 현 정부 탓하며 발뺌?

"정책을 바꾸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부동산 세금도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 공급이 바로 늘어날 수도 없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지난 11일 인수위 전체 회의에서 작심 발언을 해 주목받았습니다. 나라는 빚더미이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거세게 비판한 건데요.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부정적인 유산'을 어느 정도 물려받아야 하는데, 이를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특히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이 눈에 띕니다. 부동산 세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기도 어렵고, 주택 공급을 곧장 늘리기도 어렵다는 토로인데요. 또 폭등한 부동산 값을 당장 바로잡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대선 전후 "집값 잡겠다" 자신하더니

실제 최근 새 정부의 행보를 보면 출범도 전에 부동산 문제로 '딜레마'에 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공약을 지키려면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하는데, 되레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속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말 서울 강북구 미아동 재건축 정비구역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그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관련, "시장에 상당한 공급 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줌으로써 가격 상승 압박을 좀 줄여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집값이 뛰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인수위, 강남 집값에 '흠칫'…시장은 이미 들떠 있다(4월 9일)

결국 너도나도 규제 완화 속도 조절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재건축·재개발의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서 개발 이익과 투기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택들이 쏟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오 시장은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조 하에서의 주택 공급을 중앙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가격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정부 출범 코앞 "규제 완화 속도 조절"…공급도 차질 불가피

재건축·재개발을 앞세워 민간 주도로 도심 주택을 공급하겠다던 새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규제 완화 속도를 늦추면 아무래도 민간 개발이 더뎌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내 25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죠. 수도권에만 130만~1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공택지 개발로 142만 가구, 재건축·재개발로 47만 가구, 도심·역세권 복합개발로 20만 가구 등입니다.

이는 규제완화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숫자입니다. 그럼에도 통상 공공택지 개발이나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을 추진할 경우 안철수 위원장의 말처럼 실제 공급(입주)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4~5년이 걸립니다. 그 이상 걸리는 사례도 다반사이고요. 결국 임기 내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주택공급이란게 원래 그러니까요. 그럼에도 윤 후보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선 자신감을 보이더니 이제와서 한발 빼는 모양새입니다.

부동산R114가 지난 1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당장 올해 서울의 경우 예정 입주 물량이 2만 520가구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난해(3만 2012가구)보다 35.9%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문가 "시장 안정화가 우선"…규제 완화서 한발 빼나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주택 부족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먼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추진한 뒤 규제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안정화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공급에 속도를 내는 건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은 동시다발적인 재건축으로 인한 가격 급등과 전세 대란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미 부동산 경기가 과열돼 온 데다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외에 민간이 소지한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나 3기 신도시를 확대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공급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보입니다. 벌써 전(前) 정부 탓을 해야 할 정도로 시장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결국 공약과는 다른 기조의 정책을 추진하게 될까요. 

인수위에서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도심주택 공급 실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는데요. 딜레마에 빠진 새 정부가 과연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