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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A to Z]②'천당 위에 분당' 된 비결(Feat. 판교)

  • 2022.10.10(월) 06:30

'베드타운 일산' 자족성 떨어지고 노후화 부각
분당, 강남 인접 장점에 판교 테크노밸리까지

'천하제일 일산', '천당아래 분당'

1990년대 초 일산과 분당은 신도시의 '쌍두마차'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규모가 컸던 데다가 각각 경기 북부와 남부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각 권역을 대표하는 도시로 여겨졌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두 도시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일산은 여전히 베드타운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분당의 경우 인근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장과 교통망 개선 등에 힘입어 자족성을 갖춘 도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집값 안정화 목표 이뤘지만…자족 기능 부족

수도권 신도시의 '1차 목표'는 서울 주택난 해소와 집값 안정화였다. 이런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1, 2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기 신도시(1991년)와 2기 신도시(2007년) 입주가 시작된 시기에 급등하던 집값이 가라앉으며 시장이 안정화한 바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신도시들의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는 단점 등이 부각됐다. 서울의 주거 수요를 분산하는 데에는 역할을 했지만, 이후 도시가 자생하며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입주 30년이 지난 1기 신도시의 경우 건물 자체가 오래된 데다가 인구 고령화 등 도시의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도시 재정비 이슈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지난해 내놓은 '수도권 1기 신도시 현황과 발전 방향 모색' 보고서에서 "1기 신도시는 주택문제 해결에 급급해 자족성이 부족한 베드타운으로 장거리 통근 증가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1기 신도시의 도시 기능과 주거 기능의 노후화 문제를 관리하지 않으면 수도권의 양호 주택지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엇갈린 일산과 분당…집값 격차 갈수록 커져

대표적인 1기 신도시로 꼽히는 일산과 분당을 비교해보면 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도시가 만들어진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도시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다르다. 집값이 차이 나는 것은 물론 인구구성이나 자족 기능 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분당의 올해 8월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13억 6000만원 정도다. 반면 일산동구의 경우 6억 4000만원가량에 그친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일산은 문재인 정권 집값이 전국적으로 급등하기 전까지 십수년간 집값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두 도시의 집값 격차는 지속해 벌어져 왔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올해 9월까지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32.7%를 기록했다. 반면 일산 동구와 서구는 각각 105.5%, 105%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경기도 집값 상승률(118.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 도시는 인구구성 면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일산의 40대 이하 인구 비율은 62.6%로 경기도 평균(64.2%)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70대 이상 인구는 8.8%로 경기도 평균(8.6%)보다 높았다. 인구가 고령화한 것이다.

분당의 경우 40대 이하 인구가 65.5%로 경기도 평균보다 많았고, 70대 이상은 8.5%로 낮은 편이었다. 허윤경 실장은 보고서에서 "분당은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일산의 경우 인구 고령화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분당, 경부 축 개발 이어지며 자족성 갖춰

일산과 분당의 '운명'이 엇갈린 데에는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기 신도시 건설 계획 당시 일산과 분당 모두 자족 기능보다는 서울 주택난 해소 등에 방점을 찍으면서 급하게 개발한 탓에 베드타운화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분당의 경우 태생적인(?) 호재가 있었다. 서울 강남과 가까운 데다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핵심 축인 '경부 축'에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분당은 개발 당시부터 강남 지역의 주택 수요를 대체할 도시로 기대를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산과 분당이 도시 기획이 처음부터 확연하게 달랐다기보다는 분당의 입지가 서울 강남권과 가까웠다는 점이 중요했다"며 "강남을 중심으로 갖춰진 인프라나 고소득 계층, 기업체 등이 분당으로 이동할 여지가 있었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분당은 경부 축을 따라 수지와 기흥 등 추가 택지 개발이 이어지고 있고, 2기 신도시로 판교까지 들어서면서 탄탄한 성장세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판교는 1, 2기 신도시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판교테크노벨리에 주요 IT 기업들을 끌어들이면서다.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사진=판교 테크노밸리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판교 역시 분당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주거지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주효한 성공 요인으로 분석한다. 결국 판교는 업무지구, 분당은 주거지구 기능으로 서로 시너지를 내며 도시의 자족성을 갖출 수 있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2011년에는 강남과 판교, 분당으로 이어지는 신분당선까지 개통하면서 서울, 특히 강남과의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자족 기능을 갖춘 데 더해 서울과의 연계성까지 좋아진 셈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당은 자체적인 도시 계획으로 성공했다기보다는 추가 택지 개발과 판교테크노밸리 등 도시의 확장이 경부 축을 중심으로 지속해 이뤄지면서 지역의 중심성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며 "판교 역시 이미 갖춰진 대규모 주거지역을 기반으로 했고, 이 지역에 강남에서 옮겨 온 고소득층이 살고 있었다는 점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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