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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현실화 폐기도 개선도 아닌'…이제 와서 전면 재검토?

  • 2023.11.20(월) 17:31

"현실화율 하향조정으론 근본적 해결 안돼"
제도 근본 재검토…"내년엔 별도 조치로"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제도를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미세 조정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0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발표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가 개최됐다. /사진=김진수 기자

공시가 현실화율 하향조정으론 해결 어려워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낮게 공시하는 관행을 바로잡고자 목표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시세의 90%로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토지에 대해 시세수준별로 목표 도달기간을 차등 설정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15억원 이상이면 2025년부터, 9억원 미만이면 2030년부터 90%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국민부담이 확대되고, 유형별·가격대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속도에 따라 불공정 문제가 지적됐다. 또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시세가 떨어져도 공시가격은 높아지고,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시세상승보다 과도하게 공시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공약 및 국정과제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를 반영하고 지난해 11월 시세반영률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조세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20년 계획을 따랐다면 주택분 재산세 부담이 34%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체계 내에서 목표 현실화율을 하향조정하는 등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구조적 문제와 추진여건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제도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2024년 공시를 위해 국민부담 완화 등을 고려한 조치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20년 현실화 계획 수립 이후 재산세가 1.5배, 종합부동산세가 10배 이상 상승하는 등 조세부담이 급증했다"며 "지난해 11월에 이어 오늘 공청회를 통해 현실화율을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원점 재검토 당혹...증세 도구 활용 안돼"

전문가들은 이날 원점 재검토 논의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춘남 태평양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2024년 공시가격 발표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현 시점에 현실화율 논의가 이뤄지는 건 안타깝다"며 "다시 결정되는 기준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 국민과 실무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미숙 연합뉴스 부동산부장은 "작년보다 후퇴해서 원점 재검토하자는 결론이 나와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더 두고 보겠다는 건지 현실화율을 폐기하겠다는 건지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다"며 "현실화 계획을 만들 때부터 신중하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 부장은 "국가 기초 통게를 집값 잡는 수단이나 특정 금액대 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을 높이는 단기적인 수단으로 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승용 법무법인박앤정 대표변호사는 "지난 정부는 특정 시점의 가격인 공시가격과 일정 기간의 흐름을 담은 시세를 일치시키려 하다보니 문제를 낳았다"며 "조세형평을 위해 부동산 유형별, 지역별로 시세반영률을 일정수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증세 로드맵'이므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가격 공시법을 전면개정해 필요 이상의 세금을 걷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공시가격이 시세를 추종해 계속 오르는 만큼 적정가격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조세부담은 세율로 정해야지 공시가격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시세반영률을 일거에 현실화시키고 국회 논의를 통해 세율을 낮추면 될 일"이라며 "행정부가 인위적인 가격조정으로 현실화율을 정하는 건 헌법 질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기존의 현실화 계획이 국민의 세부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대안이었는지 되짚어보고 있다"며 "공시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견이 다양한 만큼 추가적으로 연구하고 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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