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헬기를 타고 한 번 돌아볼 생각이에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개최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신규 택지 발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땅'을 보겠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 입장에선 (이 지역은) '당연히 안 되지' 이런 게 있는데 제가 보는 시각은 또 다를 수 있다"며 "여러분들이 보는 시각이 또 다를 수 있다. 우리 집 옆은 개발해도 괜찮겠는데 검토가 안 되고 있다는 의견도 주시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택지 조성부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그 절차를 신속하게 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대통령이 직접 한 번 할 것 같다. 그다음에 헬기를 타고 직접 수도권을 보면서 도시와 지형 등을 전체적으로 보면 더 잘 알 수 있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앞서 서울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등에 '준공업 지역'이 많다며 이런 곳을 주택공급처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7일 열린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1월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공공부지와 노후청사 등을 활용해 6만가구 규모(기존계획 미포함시 5만2000가구)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했고, 최근 업무보고에선 학교 용지를 활용해 신규 도심 물량을 발굴한다고 했다. ▷관련기사:[국토부 업무보고]집, 더 빠르게 공급…학교도 아파트로(7월16일)
이처럼 정부가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는 강해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특정 용지를 활용하겠다는 '말'을 대통령이나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이 하더라도 착공 및 공급으로 곧장 이어지진 않아서다. 이는 김 정책실장도 언급한 내용이다. 학교 용지를 활용하는 경우 국토부가 교육당국 등과 협의중이다. 폐교의 경우 큰 차질이 없겠지만, 인구소멸 등으로 인해 통폐합 예정인 학교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국토부는 예정지를 발표하는 일 자체부터 신중하게 보고 있다. 이해 관계자들과 합의가 끝나기 전에 특정 학교를 없애겠다고 발표할 경우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커지고 정책 방향에도 혼란이 예상돼서다.
김윤덕 장관이 언급한 그린벨트 해제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만 하더라도 주민 반발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그린벨트 해제는 이번 정부가 그토록 걱정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서울시가 2024년 윤석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동참해 대상지를 발표하자 '기획 부동산'이 활개를 친 바 있다.
한편으로 수도권 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이번 정부가 제시한 더욱 큰 어젠다와 모순되는 측면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균형성장을 위해 '5극3특' 전략을 제시했고, 그런 측면에서 비수도권 지역들에 반도체 공장,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될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도시와 관련 인프라도 지으려 한다.
하지만 수도권 곳곳을 헬기로 돌아본 뒤 신규 공급을 더 확대한다는 정책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도 이번 토론회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수도권) 집중 압력을 줄이는 것인데 그것은 한계가 있고 단기적으로 안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얼마 전 세종시에서 만난 고위 공무원의 하소연이 귀에 맴돈다.
"대통령이나 정책실장이나 시도 때도 없이 말은 많이 하시면서, 가르마는 타주지 않으시네요. 신규 개발도 좋지만 올해 초에 발표한 지역들은 사실상 시작도 못했는데, 이곳 관계 부처들과의 가르마부터 좀 어떻게 안 될까요?"
국토부가 각종 노후청사를 신규 택지로 조성하고 실제 착공까지 가려면 다른 정부부처 등과 논의부터 해야 하므로 최고 윗선인 청와대가 가르마를 타달라는 하소연이다. 헬기를 타기 전에 빗을 쥐고 정부부처, 지방정부를 돌아보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