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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마신 천하장사' 진주햄의 두 형제

  • 2015.02.11(수) 15:59

금융·컨설팅 몸담은뒤 소시지 회사로..이번엔 수제맥주 진출
'50살 넘은 젊은기업' 변신 꾀해..2020년 매출 3000억 목표

▲ 진주햄의 변신을 이끌고 있는 박정진(좌)·경진(우) 형제. 이들은 진주햄을 '젊은 기업'으로 바꿔 2020년엔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린이 간식 소시지 '천하장사'로 유명한 진주햄이 수제 맥주시장에 뛰어든다. 1963년 국내 첫 육가공회사로 출발한 진주햄은 천하장사와 줄줄이 비엔나 등 히트작을 내놓은 50여년 역사의 중견식품업체다.

진주햄은 이번에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카브루(KA-BREW)'를 인수해 주류시장으로 보폭을 넓힌다. 카브루는 이태원 경리단길에 모여있는 맥주전문점을 비롯해 레스토랑, 골프장, 호텔에 수제맥주를 공급하고 있다. 수제맥주는 젊은층 사이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틈새주류시장이다.

진주햄은 이번 카브루 인수가 신선하고 젊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는 동시에 소시지와 햄 등 기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박정진(40) 사장과 박경진(35) 부사장이라는 형제 경영인이 자리잡고 있다. 아버지인 고(故) 박재복 회장이 2010년 10월 작고하면서 회사를 물려받은 이들은 진주햄을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다부진 꿈을 갖고 있다.

형제가 진주햄에 몸담은지는 10년이 채 안됐다. 동생인 박 부사장이 먼저 진주햄에 합류했다. 노틸러스효성과 네모파트너즈에서 근무했던 박 부사장은 2006년 진주햄에 들어와 생산과 영업, 관리업무 등을 차분히 익혔고, 형인 박 사장은 삼성증권과 시티그룹 등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던 중 2013년 합류해 진주햄의 재무와 브랜드전략, 신성장동략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경영진이 젊어지면서 진주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토마스와 친구들', '뽀롱뽀롱 뽀로로', '라바' 등의 어린이 캐릭터를 제품에 접목시켰고, 중국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냈다. 그 결과 2010년 800억원대의 매출이 2013년에는 1000억원대로 뛰었다. '대력천장(大力天將)'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판매 중인 천하장사도 2011년 3억8000만원에 불과했던 중국 매출이 지난해는 77억원으로 증가했다.

진주햄은 컨비니언스라는 IT서비스 회사를 통해 프리미엄 콘돔사업을 하는 등 색다른 변신도 시도 중이다. 콘돔 이름이 '바른생각'이다. 콘돔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미혼모나 고아 등을 위한 시설에 기부하고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꿔보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동생인 박 부사장이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박 부사장과 박 대표는 중학교 친구사이라고 한다.

사실 진주햄은 웬만한 식품대기업 못지않게 승승장구했던 화려한 과거를 가진 회사다. 1990년대 인천시로부터 실업 핸드볼팀을 인수해 운영했고 도시락 체인점 사업도 벌였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세가 위축돼 결국엔 비주력분야를 매각하는 길을 택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사라진 점도 진주햄에는 위기로 작용했다. 원래 진주햄은 조양상선그룹의 계열사였다. 박 사장과 박 부사장의 할아버지인 고 박남규 회장이 1985년 진주햄을 인수했다. 박 회장은 운수업으로 그룹을 키운 인물로 그가 세운 조양상선은 1980년대만 해도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외항선사였다.

지금은 독일 알리안츠로 넘어갔지만 생명보험업계 4위 회사인 제일생명도 조양상선그룹의 계열사였다. 하지만 1990년대초 조양상선과 제일생명이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에 얽히면서 그룹의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외환위기 이후엔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맞는다.

진주햄 두 형제의 어깨 위엔 할아버지와 아버지대의 화려했던 과거도 얹혀있는 셈이다. 박 사장과 박 부사장은 지난해 1월 '비전 2020'을 발표했다. 2020년엔 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제 맥주시장 진출도 햄과 소시지 분야에서 진주햄의 핵심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먹거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70% 이상은 수제맥주를 마실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앞으로 수제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에도 10명 중 6명이 동의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이를 근거로 "수제맥주의 시장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박정진 사장은 "햄과 미니소시지를 중심으로 한 진주햄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연관 브랜드로의 진출을 모색해왔다"며 "수제맥주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축해온 카브루 인수를 통해 수제맥주시장의 발전에 기여하고 기존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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