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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명 규정 때문에…' 체면구긴 정부

  • 2016.03.18(금) 17:11

관광객 추이 반영 못하고 정확도 떨어져
전문가들 "관세청 고시 바꿔야"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를 두고 면세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시내면세점 허용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현행 관세청 고시에는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권 발급 요건으로 ▲전년도 시내면세점 전체매출액 및 이용자 중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 ▲외국인 관광객수의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 등 2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비중은 50% 이상이라 첫째 항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은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를 규정한 두번째 항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과거 몇년간의 추이와 앞으로의 전망을 따져 판단해야지 바로 전년도 수치에만 집착해 허가요건을 경직되게 유지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년대비 30만명 이상이라는 조건 때문에 신규면세점 개설이 어려운 곳을 중심으로 관련 규정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몇년전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모 대기업이 시내면세점 진출을 타진하다가 30만명 이상 증가라는 규정 때문에 뜻을 접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과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시내면세점 개설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지역은 현대백화점과 이랜드그룹이 최소 4개 이상의 신규면세점 허용이나 신고제로의 전환 등 면세점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선 '전년대비 30만명 증가'라는 조항 탓에 정부가 체면을 구겼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88만명 늘어 서울은 시내면세점 추가요건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 서울에는 신규면세점 2곳의 개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구원이 제시한 수치가 아직 공식집계도 이뤄지지 않은 추정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점업계에서는 정부가 특정업체를 구제하려고 무리하게 수치를 꿰어 맞췄다는 뒷말이 나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연구원은 기준시점을 2015년이 아닌 2014년으로 해야 한다며 말을 바꿨다. 지난해는 메르스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에 면세점 신설근거로 삼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수를 정확히 집계할 수 없다는 점도 현행 관세청 고시의 한계로 거론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몇명인지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와 어느 지역을 방문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관세청은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매년 1만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토대로 각 지역별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를 추정한다.

한해 1300만명 이상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데 그 가운데 0.01%도 안되는 사람들에 대한 설문조사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지를 짐작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설문조사에 기반한 추정치로 면세점 개설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라 새롭게 시내면세점을 하려는 업체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발급요건을 규정한 현행 고시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추세와 매장의 혼잡도 등을 감안해 지금의 고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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