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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바뀐 유통]下온라인 혈투…조단위 '전(錢)의 전쟁'

  • 2018.12.10(월) 09:37

조 단위 투자 줄줄이…물류·IT 등 역량 강화 집중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기업 가세…주도권 싸움

유통업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름잡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존 매장을 폐점하거나 대대적으로 손보며 변신 중이다. 그러나 이미 모기업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시장에 조 단위의 투자금이 몰리면서 '전(錢)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도권을 잡으려는 기 싸움도 치열하다. 최근 눈에 띄게 요동치고 있는 국내 유통 시장의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11번가를 분리, 투자받은 5000억원 투입."(SK)
"5년간 총 3조원 투자, 온라인에서도 1위 하겠다."(롯데)
"해외 투자와 온라인 사업을 위한 1조원 투자 유치 확정."(신세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2500억원 투자받아."(쿠팡)


지금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선 말 그대로 '전(錢)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유통 대기업은 물론 해외 투자자와 IT 기업들이 조 단위 투자금을 내걸고 너도나도 '베팅'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이 돈들을 가격 경쟁 같은 '치킨게임'에만 쓰지 않고 물류 인프라 확충이나 관련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전은 물론 장기전까지 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아직 지배적 사업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대한 투자금으로 어떤 인프라와 기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 '이커머스 100조 시대'…유통업계 각축장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였던 온라인 매출이 올해 상반기엔 37.5%까지 높아졌다. 통계청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연 50조원 수준이던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조만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는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 간 경쟁 구도였다. 소셜커머스로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이 이커머스를 늘리며 몸집을 불렸고,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들과 온라인 시장을 두고 경쟁했다.

올해 들어선 양상이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을 꽉 잡고 있던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분위기가 더 뜨거워졌다. SK그룹의 11번가는 국내 사모펀드를 통해 5000억원을 투자받았고, 롯데는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유통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역시 해외 투자사로부터 1조원을 유치했다. 유통 공룡들의 물량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면서 국내 온라인 시장 역시 조만간 대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쿠팡이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250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으면서 분위기는 다시 반전했다. 일각에선 쿠팡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계기로 티몬과 위메프 등 경쟁사 역시 추가로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최저가 경쟁에서 충성 고객 만들기로

해당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통한 상품추천과 결제시스템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여전히 '진화' 중이며 아직 시장 주도권을 쥔 사업자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그동안 주로 '최저가'를 놓고 경쟁해왔다.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들이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로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격에만 치중하다 보니 단골보다는 뜨내기손님이 많았고, 그만큼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선 가격은 물론이고 여기에 더해 빠른 배송이나 상품 추천 등 사용자 경험이 온라인 쇼핑의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특히 배송 속도나 사용자 경험에 대한 만족은 가격과는 달리 '충성 고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저가 경쟁의 치킨 게임을 끝내고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장기투자에 공을 들이는 쪽으로 경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 인터넷 기업까지 가세…치열한 주도권 싸움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기존 인터넷 기업들 역시 온라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등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차 발을 넓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되려 이들이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며 "구매 패턴이나 수요 예측 등 신기술 적용이 유리하고, 콘텐츠까지 투자를 확대하는 ICT 업체 위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 가상현실(VR) 기기와 대규모 놀이시설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이유 역시 '사용자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단골을 만들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충성 고객'을 유치하려는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이 확산하고 정보 공유가 용이해져 가격 비교가 활발해진 만큼 '얼마나 많은 트래픽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소비자를 플랫폼·생태계로 유인해 거래를 늘리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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