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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식품업계, 글로벌화 공통 키워드는

  • 2018.12.19(수) 10:54

중국과 동남아 벗어나 큰 시장 미국 진출 러시
농심, 신라면 인기…CJ·신세계도 미국 공략 선언


국내 유통·식품업체들의 오랜 화두는 '글로벌화'다. 글로벌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기반을 다진 곳들이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더 큰 곳에서 경쟁력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동안 주 타깃은 중국 및 동남아시아였다. 같은 아시아권인 만큼 신시장 개척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시선이 더 먼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다. 아시아권 시장과 달리 미국의 유통 및 식문화는 우리와 다르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반면 다양한 인종들이 자리하고 있는 대형 시장이다. 여기서 경쟁력을 확인한다면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일종의 '테스트 베드'다.

◇ 왜 미국인가

유통·식품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큰 시장이어서다. 미국의 인구수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다. 약 3억20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가 많은 만큼 소비 여력도 크다. 특히 최근 미국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있어 민간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 소비는 전 세계 GDP의 16.6%를 차지할 만큼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4년간 민간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3.0%에 달한다. 여기에 취업자 증가, 임금 상승 등으로 소비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열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여러 인종의 문화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성공을 거둔다면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아우리는 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 기준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국내 유통·식품 기업들은 서양 문화에 익숙지 않아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자리를 일본업체들이 꿰찼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생산 프로세스와 기술력을 갖춘 만큼 도전해 볼 만하다"라고 밝혔다.

◇ 농심, 미국 사나이를 울리다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공략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오랜 시간을 두고 초창기부터 시장을 다져온 사례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 등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후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다. 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농심이다. 농심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건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심은 한국 교포시장을 노리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올림픽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린 농심은 지난 2005년 미국 LA에 라면공장을 설립했다. 신라면이 주력이었다. 농심은 현지화보다는 신라면이 가진 본연의 매운맛을 강조했다. 그 결과 미국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15%로 일본 토요스이산, 니신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LA공장에서 연간 16종의 라면 3억 개를 생산,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 전역 월마트 4000여 전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하고 있으며, 코스트코, 크로거 등 현지 대형마켓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주류시장이라 불리는 메인스트림(mainstream) 매출이 34% 급증했다. 덕분에 올해 미국 매출도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2억2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수치다.

농심 관계자는 "처음엔 한국 교포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라며 "하지만 오랜 기간 미국 현지에서 기반을 닦으면서 점차적으로 타깃 소비자층의 범위를 확대했다. 한국 교포에서 아시안, 히스패닉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매운맛'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것이 주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 CJ·신세계, 미국 공략 선언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곳은 농심뿐만이 아니다. 유통 대기업인 CJ그룹과 신세계도 최근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CJ그룹과 신세계의 경우 이미 동남아시아 시장 등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시장인 미국을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CJ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이 현지에서 직접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하는 등 미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CJ그룹은 이미 '비비고 만두'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여둔 상태다. 이에 따라 전국적인 유통망과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물류업체인 DSC로지스틱스를 인수했고, 최근엔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쉬완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생산망을 갖췄다. 이에 따라 미국 내 CJ의 생산기지는 총 22곳으로 늘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다져놓은 셈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신세계의 경우 이마트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미국 서부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따라서 이번 굿푸드 홀딩스 인수로 이런 구상들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다른 업체와 달리 '고급화'를 콘셉트로 잡았다. 내년 하반기 LA에 문을 열 프리미엄 그로서런트 매장인 'PK마켓'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능성을 타진한 뒤 점차 동쪽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가져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러시는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얼마나 감내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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