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훌륭하게 대처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 등에서 수입하던 원료의약품의 활로가 막힌 데다 국내 생산공장도 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원가 상승에다 제품 생산마저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해외 수출길도 막히면서 막대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최대 절반 가까이 급감하면서 매출 하락 폭이 올해 총 약품비의 10% 수준인 1조 8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병원 출입이 대부분 차단된 데다 학술대회 등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기존 품목은 물론 신규 품목의 영업 및 마케팅 활동도 개점휴업 상태다.
새로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도 연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임상을 담당해야 할 의사들 다수가 코로나19 의료 현장에 투입된 데다 환자들도 임상 참여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중단된 임상시험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저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다. 비상 상황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약가인하 제도를 강행하면서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1000억원 규모의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내년 1월까지 사용량 증가 및 가산기간 제한 등을 통해 2000억원 상당의 약가인하를 진행키로 했다. 향후에도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의 약가차등제 등의 시행과 함께 6500억원 상당의 기존 등재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를 적용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약가인하로만 최소 1조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지난달 기존에 보험 등재된 의약품을 재평가해 급여를 삭제하거나 약가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한 요양급여기준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여기엔 제네릭 약가를 자체 및 공동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따라 15%씩 낮추고, 동일 제네릭 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은 오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제네릭 난립 막으려다 되레 신약 개발 독될라]
이 와중에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물론 구호품과 성금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긴 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원은 거의 없고, 개발 및 허가심사 기간 단축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감소와 임상 중단 또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 타격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업계에선 이와중에 예정대로 오는 7월과 내년 1월 약가인하가 단행되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한국판 뉴딜정책까지 내놓으면서 다양한 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야 할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나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약가인하 정책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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