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주요 제약사 간판 품목의 처방 실적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처방이 늘어난 품목이 많았다. 주요 제약사들이 밀고 있는 대형 품목들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거나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 치료제가 대부분이어서 감염병 유행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제품 가운데 올해 1분기 처방액이 100억원을 넘는 대형 품목은 모두 14개였다. 종근당이 4개로 가장 많았고, 한미약품 3개, 대웅제약 2개 순이었다. LG화학과 JW중외제약, 에이치케이이노엔(옛 씨제이헬스케어), 유한양행, 보령제약 등이 각각 1개 품목씩 보유하고 있었다.
14개 품목 가운데 절반 이상인 8개는 만성질환 치료제였다. 만성질환은 3개월 이상 장기간 혹은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있다.
종근당은 4개 품목 중 2개가 자체 개발한 만성질환 치료제였다. 이중 고혈압 치료제 '텔미누보'의 올해 1분기 처방액은 작년보다 13% 가까이 증가했다. 한미약품도 3개 중 2개 품목이 만성질환 치료제였다. 특히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올 1분기 처방액이 200억원을 넘겼다. 아모잘탄의 경우 '아모잘탄플러스'와 '아모잘탄큐' 등 아모잘탄 패밀리를 모두 합치면 올해 연간 실적이 1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메트', 유한양행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바미브',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등도 처방액이 각각 18.6%, 27.9%, 6%씩 증가했다.
처방액 100억원을 넘긴 다른 품목들 역시 장기간 복용이 필요한 치료제가 많았는데 대부분 올해 처방액이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종근당의 뇌 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과 골관절염 및 치주질환 치료제 '이모튼'은 전년보다 각각 8.3%, 16.5% 증가했다. 대웅제약의 대표 품목인 간 기능 개선제 '우루사'도 처방액이 4% 늘면서 100억원을 넘겼다.
이밖에 한미약품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에소메졸'은 처방액이 40%나 늘면서 지난해 발암추정물질이 발견된 '라니티딘' 사태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에이치케이이노엔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케이캡'은 안전성과 복용편의성을 내세워 출시 1년여만에 분기 매출이 145억원을 돌파하면서 단숨에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관련 기사: 안전하다던 '라니티딘' 결국 269개 전품목 판매 중지]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 자체는 크게 줄고 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병원체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기관만 200개가 넘는다. 그런데도 대형 품목의 처방 실적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이유는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 치료제는 보통 2~3개월 복용치를 처방받는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미리 처방을 받은 환자들도 있다"면서 "경미하거나 일시적인 질환 의약품 처방은 줄었을지 몰라도 만성질환 치료제는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만큼 감염병 유행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