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9일과 10일 일반 청약을 진행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4일과 5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무려 1275대 1을 기록했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데요. 지난해 뜨거운 감자였던 SK바이오팜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 835.7 대 1을 훌쩍 뛰어넘을 뿐 아니라 코스피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처럼 많은 관심이 몰리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SK케미칼의 백신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해 설립됐습니다. SK케미칼은 2008년 백신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에 투자해오다 백신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증진을 위해 사업분할을 선택한 겁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주요 사업은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생산, 판매, 관련 지식재산권의 임대 및 기술수출, 위탁개발생산(CDMO), 위탁생산(CMO) 등 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최근 IPO에 나선 여타 바이오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탄탄한 사업기반'입니다. 기술력과 성장성만 내세워 기술특례로 상장했던 다수 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경과 등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매출이나 순이익이 거의 없어 자본도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에 성공한 백신으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차세대 기술인 세포배양방식을 통해 3가와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2종을 각각 2015년과 2016년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와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도 잇따라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글로벌 진출을 준비중입니다.
이를 토대로 지난 2019년에만 매출 1839억 원, 영업이익 228억 원, 순이익 185억 원의 실적을 냈습니다. 이밖에 장티푸스 백신은 지난 1월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공동 개발 중이거나 빌게이츠재단,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자체 개발 중인 백신도 다수 있습니다.
특히 사노피 파스퇴르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은 현재 글로벌 임상2상까지 진행 중인데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개발에 최종 성공할 경우 미국과 일본, 주요 유럽 국가에서 약 5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폐렴백신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또 다른 경쟁력은 자체 제조‧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백신공장인 경북 안동의 엘 하우스(L House)는 자체 개발 백신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코로나19 백신도 품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수행 기관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정했는데요. 앞으로 국내 수입되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및 코백스 퍼실리티 백신 물량에 대한 유통과 보관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와 별개로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도 따냈습니다. 또 미국 바이오기업인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국내에서의 생산 및 판매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도 임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생산량 증가로 IPO 공모 자금을 통해 안동공장을 증축할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향후 백신 부작용이나 코로나19 종식으로 매출 하락 리스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른 매출원 확보에도 속속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백신 5종에 대한 국내 공동판매계약을 맺으며 또 다른 매출원을 확보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의 CMO와 CDMO 사업진행을 통해 향후에는 더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의 CMO‧CDMO 사업으로 확장할 기반도 갖췄습니다. 실제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지난달 IPO 기자간담회에서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의 CMO 사업으로 확대 진출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자체 개발부터 생산‧제조‧유통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백신은 개발도 어렵지만 제조‧생산‧유통 과정이 까다롭습니다. 국내에서 백신 개발과 제조‧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GC녹십자 등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결국 백신은 합성의약품처럼 누구나 도전하기 쉬운 분야가 아닌 만큼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도 낮다고 볼 수 있죠.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들은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에 포함돼 수요가 안정적입니다. 회사는 국내 백신 시장뿐만 아니라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국제 백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에도 한창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더라도 향후 다른 백신 파이프라인의 개발 성공 가능성과 글로벌 진출, 바이오의약품 CMO‧CDMO 사업 확장까지 고려하면 리스크 보다는 중장기적 전망이 밝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일 일반 청약을 마치고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그동안 임상 실패 등 숱한 어려움과 좌절 탓에 먹구름만 가득한 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샛별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