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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PB상품'에 꽂힌 이유

  • 2021.04.30(금) 16:14

가격 넘어 품질·트렌드로 차별화
효율성 높아…"시장 더 커질 것"

PB상품이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PB(자체브랜드)상품이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PB상품은 과거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품질·트렌드에서 차별화 경쟁이 활발하다. 일부 상품은 수출길에 오르며 신성장동력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PB상품 시장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오로지 가격'은 옛말

과거 PB상품의 유일한 경쟁 포인트는 '가격'이었다. 대형 공급사에 비해 제조 역량이 부족해 품질을 높이기 어려웠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아 효율성이 낮았다. 하지만 SNS가 확산되자 상황이 변했다. 다양한 소비자 니즈가 나타나며 트렌드가 형성됐다. SNS를 활용하면 저비용으로 높은 홍보 효과도 볼 수 있게 됐다. 제조기술 발전으로 상품 품질도 개선됐다. PB상품이 편의점의 주요 경쟁력으로 급부상하게 된 이유다.

CU의 지난해 PB상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20%였다. PB상품의 기본기인 '가성비'를 갖춘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올해도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친환경 트렌드 맞춤형 상품 '헤이루 무라벨 생수'는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매출이 전년 대비 78.2%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생수 매출 신장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CU는 이달 들어서도 '테스형' 막걸리 등 트렌디한 PB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CU가 선보인 '테스형 막걸리'와 GS25의 '금성맥주'. /사진=각 사

GS25는 콜라보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대상 등과 손잡고 식품에서 굿즈를 아우르는 다양한 상품을 내놨다. GS25는 상품 기획부터 차별화에 중점을 둬 품질을 높여 왔다. 최근 출시된 '금성맥주'는 개발에만 1년이 걸렸다. 전문가·MD가 모여 15회 이상 시음하며 최적의 맛을 찾았다. 금성맥주는 출시 후 '카스', '테라'에 이어 맥주 매출 3위에 오르며 주력 상품이 됐다.

세븐일레븐은 PB상품의 브랜딩에 주력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PB상품 분야를 도시락·신선식품·HMR(간편식) 등으로 나눴다. 이어 각각 '한끼연구소', '세븐팜', '소반'이라는 별도 브랜드를 론칭했다. 상품 라인업도 2000여 종까지 늘렸다. 그 결과 세븐일레븐의 PB상품 매출 구성비는 지난해 기준 36.4%로 업계 최고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를 PB상품으로 활용하다 '민생'과 '아임이' 2개 브랜드로 재편했다. 이들은 시장 초기 인지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민생라면, 아임이 스낵 등이 히트를 치며 시장에 정착했다. 미니스톱은 PB 햄버거를 패스트푸드 브랜드화한 '수퍼바이츠'를 론칭했다. 수퍼바이츠는 신촌 1호점이 높은 인기를 얻자 고려대 앞에 2호점을 내며 본격적으로 확장에 들어갔다.

◇ 효율성 높아…시장 규모 더 커질 것

업계에서는 PB상품의 효율성에 주목하고 있다. 차별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편의점업계에서 PB상품 이상의 독자 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드물어서다. 자체 제작 상품인 만큼 단순 판매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편의점업계가 PB상품의 경쟁력 높이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편의점은 약 5만여 개로 추정된다. 점포가 늘며 수익성은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각각 4610만 원, 4291만 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149만 원, 154만 원이 줄었다. 출점보다 각 점포의 수익성 개선이 편의점업계의 당면 과제가 됐다. PB상품은 이를 타개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차별화된 PB상품은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모으는 촉매다. 찾아온 고객은 단순히 PB상품만을 구매하지 않는다. 담배, 생필품 등 필요한 상품의 연쇄 구매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점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자체 제조 상품인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유통 마진, 마케팅 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며 PB상품은 고효율 차별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사업 효율화에도 PB상품의 활용도는 높다. 편의점은 다양한 상권에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매출 패턴을 하나로 분석하기 어렵다. 주택가에서는 식품이, 오피스 상권에서는 즉석식품 등이 잘 팔린다. 상권에 맞는 PB상품을 전면 배치한 특화 매장을 구성한다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은 최근 주택가 상권 점포 400곳을 신선식품 PB브랜드 세븐팜 특화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세븐일레븐은 향후 PB상품 특화 매장을 1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PB상품은 신사업 아이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CU는 몽골 점포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30% 가량을 PB브랜드 '헤이루'로 채웠다. 이마트24는 지난해 민생라면‧민생휴지‧아임이 스낵 등 PB상품 50만 개를 미국‧홍콩 등지에 수출했다. GS25는 최근 PB상품만 따로 모은 패키지 상품을 론칭했다. 이 상품은 한국 상품 역직구 사이트 '대박'을 통해 해외에 판매된다. 

상생‧대외협력 수단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PB상품의 상당 수는 중소 협력사가 제조한다. 상품이 성공하면 상생 효과가 따라오는 구조다. GS25의 PB상품 '초코렛타'의 제조사 구어메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어메이는 초코렛타가 인기를 끌며 올해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농가·소상공인과의 협업 등에서도 PB상품이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은 편의점이 상품 유통 전 과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며 "편의점의 영역을 단순 유통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스테디셀러나 수출길에 오르는 상품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도 시장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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