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유독 눈에 띄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바로 '단백질' 식품입니다. 가공한 단백질을 챙겨 먹는 건 과거에는 주로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단백질 보충제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 외에서는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몸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은 젊은 층 소비자는 물론 건강을 챙기려는 어르신들까지 너도나도 단백질을 찾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관련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고요.
지난 2018년 900억원가량이던 단백질 식품 시장은 올해 3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워낙 단기간에 성장한 탓에 아직 공식적인 집계조차 없습니다. 다만 관련 업체들이 추산하기로는 이 정도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갑자기 단백질에 꽂히게 된 걸까요. 소고기나 돼지고기, 두부를 평소 잘 챙겨 먹으면 충분한 줄 알았던 단백질을 너도나도 추가로 구매해 먹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바로 '덤벨 경제'의 성장입니다. 덤벨 경제는 '아령(dumbbell)'과 '경제'의 합성어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에서 쓰이기 시작했고요.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체력 관리를 위한 지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입니다.
덤벨 경제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3조원에서 2025년 32조 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단백질 식품이 부쩍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의미입니다.
덤벨 경제는 주로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이렇게 되면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젊은 세대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때마침(?) 단백질이 중장년층에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단백질이 부족해 생기는 '근손실'을 질병으로 보는 인식이 생기면서입니다. 미국은 지난 2016년 '근감소증'에 질병 코드를 부여했고요. 세계보건기구(WHO)도 2017년부터 정식 질병으로 분류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부터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 그리고 노년층까지 단백질은 평소에도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할 영양소로 '대우'받게 됐습니다. 젊은 층에는 몸을 가꾸기 위해, 중장년층에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필요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겁니다.
국내에서 이런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은 업체는 우유 가공 업체인 매일유업입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8년 셀렉스라는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식품 업계에서 성인 영양식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매일유업이 최초였습니다.
매일유업은 분유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국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우유는 물론 분유 시장도 빠르게 축소했습니다. 매일유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매일유업은 성인을 겨냥해 셀렉스라는 브랜드를 만든 거고요.
셀렉스는 승승장구했습니다. 판매를 본격화한 첫해인 2019년 매출액은 250억원가량이었는데요. 지난해에는 500억원으로 두 배나 성장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750억~8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경쟁사들도 줄줄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은 2019년 단백질 전문 브랜드 ‘마이밀’을 출시했고요.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산양유 단백질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하이뮨을 선보였습니다. hy(옛 한국야쿠르트) 역시 최근 단백질 전문 브랜드 '프로틴코드'를 출시하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빙그레도 지난달 31일 단백질 전문 브랜드인 '더:단백'을 출시한다고 발표했고요.
식품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단백질 식품 시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수많은 제품이 출시하면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더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단백질 식품 시장이 커지는 것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건강식품에도 트렌드가 있기 마련"이라며 "최근 유독 단백질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유행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