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됐던 냉동피자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후발 주자인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앞다퉈 고급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의 시선은 수성 전략에 몰두해 오던 1위 오뚜기로 향하고 있다. 냉동만두 시장과 마찬가지로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시 1000억 넘보는 냉동피자 시장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피자 시장은 854억원 규모였다. 2019년의 침체를 1년만에 극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약 244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1000억원 달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냉동피자 시장의 규모는 2016년 198억원에서 2018년 95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715억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가정간편식(HMR)의 인기가 높아진 탓에 사실상 유일하게 역성장한 카테고리였다.
시장 침체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냉동피자의 상품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냉동피자 시장은 지난 2016년 오뚜기가 제품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개척한 시장이다. 당시 핵심 경쟁력은 ‘가격’이었다.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들이 고가 정책을 이어가던 틈새를 가성비를 앞세워 메웠다. 덕분에 오뚜기는 냉동피자 시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가 다수 등장했다. 이들은 냉동피자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했다. 냉동피자가 외면받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반전은 풀무원으로부터 시작됐다. 2018년 냉동피자를 처음으로 선보인 풀무원은 첫 해 0.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노엣지·크러스트 피자'가 인기를 얻으며 사업이 급성장했다. 기존 냉동피자의 약점이었던 도우의 품질 등을 대폭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 노엣지 피자의 성공과 함께 풀무원은 지난해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 19.2%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다.
CJ제일제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인수한 미국의 냉동식품 제조사 ‘슈완스’와의 협업을 통해 냉동피자의 상품력을 개선했다. 지난해 12월 프리미엄 라인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 두 달만에 100만개가 판매됐다. 덕분에 CJ제일제당은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신제품들이 등장하자 냉동피자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다. 시장의 '턴어라운드'가 가능해진 이유다.
수세에 몰린 오뚜기…'1위의 저주' 피해라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경쟁을 주도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1위 오뚜기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오뚜기의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은 47.7% 수준이었다. 2018년 64.4%였던 것이 2019년 56.5%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급기야 지난 1분기에는 점유율이 39.5%까지 떨어졌다.
오뚜기의 고전은 트렌드를 제 때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뚜기는 냉동피자 시장에서 전형적인 '수성 전략'을 펼쳐 왔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파격적 시도보다는 기존 시장의 안정적 관리에 힘썼다.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변화는 없었다.
반면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며 고급 신제품을 선보였다. 장기적으로 '고품질 가성비' 제품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코로나19로 HMR의 소비가 늘고,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전략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시장 트렌드를 예측하고 사전에 준비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성장이 지속되면서 냉동만두 시장처럼 1, 2위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과거 냉동만두 시장은 ‘고향만두’를 앞세운 해태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비비고'와 '얇은피 만두'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태는 오뚜기와 유사하게 안정적인 전략을 펼쳤지만 신제품의 공세를 이기지 못했다. 그 결과 냉동만두 시장은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투 톱'을 형성하고 해태가 뒤쫓는 구도로 재편됐다.
다만 오뚜기가 해태에 비해 빠른 전략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오뚜기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시장 파이를 키우기 시작한 2019년부터 숙성 도우와 자연치즈를 앞세워 제품을 리뉴얼했다. 최근 들어서는 '크러스트 피자' 등 프리미엄 신제품도 내놓으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1위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R&D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냉동피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뚜기는 아직도 40%에 가까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며 "오뚜기는 과거 냉동만두 시장의 해태와 달리, 시장 변화에도 비교적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향후 출시되는 제품들이 어떤 반응을 얻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