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수제맥주 업체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제주맥주가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곰표 맥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맥주 역시 내년 하반기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카브루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경쟁사들 역시 2~3년 이내에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최근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시장이 급성장한 터라 각 업체들의 생산능력이나 영업력 등은 아직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주요 업체들은 자금을 마련해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제품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년 내에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곰표' 세븐브로이 내년 상장 박차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맥주는 최근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 IPO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븐브로이맥주의 기업가치는 4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개발(R&D) 역량과 수제맥주 시장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세븐브로이는 지난 2011년 설립한 국내 1세대 수제맥주 업체다. 대표 제품인 강서맥주가 지난 2017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편의점 CU, 대한제분과 협업해 내놓은 '곰표 밀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최근 전라북도 익산에 총 270억원을 들여 새 공장을 짓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신공장을 통한) 생산에 집중해 성장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알코올 맥주 생산 시설도 구축해 국내 무알코올 주류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진라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이하 어메이징)는 3년 내 기업공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새 공장을 건립해 생산량을 현재 월 150만톤에서 900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구미호맥주'로 알려진 카브루 역시 2023년 상장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8월에 경기도 가평에 공장을 건립해 가동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카브루 역시 1세대 수제맥주 업체로 여겨진다. 지난 2015년 진주햄에 인수된 이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시장은 컸지만…업체 경쟁력은 '아직'
이처럼 수제맥주 업체들이 줄줄이 상장을 추진하는 건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최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 맥주 판매량은 1180억원 규모다. 지난 2017년 430억원에서 3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오는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37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은 크고 있지만 업계를 이끌고 있다고 할 만한 업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의 경우 지난해 매출 215억원으로 업계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세븐브로이나 어메이징브루잉, 카브루 등 주요 업체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아직 시장의 수요를 따라갈 만한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인기 제품의 경우 대기업에 위탁해 대신 생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실제로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 어메이징 등 주요 업체들은 롯데칠성음료와 OEM(주문자 위탁 생산) 계약을 맺고 있다.
더불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자체 영업망 등을 통해 성장하기보다는 편의점 등에 의존하고 있다. 각사의 대표 제품보다는 편의점이나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업체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 업체들은 투자 유치나 상장 등으로 자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가장 먼저 상장에 성공한 제주맥주의 경우 상장 이후 더욱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장 직후인 지난 6월에는 '제주 거멍 에일'이라는 흑맥주 신제품을 내놨고 8월에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내년에는 라거 맥주 신제품을 출시해 라거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인 만큼 여러 수제 맥주 업체들이 시장을 나눠 점유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조만간 시장이 안정화하면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공장 증설과 연구 역량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