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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매출 숨기는 이유

  • 2022.07.15(금) 06:50

'비비고 만두' 매출 비공개로 전환
해외서 성공 탓에 '이미지 고착화' 부담 
'아시안 푸드'로 영역 확대…후속작 고민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얼마 전 CJ제일제당 비비고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비비고가 앞으로 연간 해외 만두 매출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만두는 비비고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니까요. 실제로 비비고는 지난 2020년 만두 매출(해외 포함)로만 1조원 이상을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비비고는 이 이후부터 별도로 만두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성적이 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업계는 지난해 매출도 좋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등 해외서의 성과가 잇따랐으니까요. 비비고는 2018년부터 매년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 왔습니다. 현재 비비고는 미국에서 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는 중입니다. 물론 국내서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통 성적이 좋으면 이를 여기저기 알리기 바쁩니다. 호실적만큼 좋은 홍보 수단은 없으니까요. 어떻게든 좋게 포장해서 공개하려는 것이 매출 성과입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이처럼 좋은 성적을 앞으로 공개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비비고는 2020년 이후부터 만두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사실 이 같은 선택에는 CJ제일제당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잠시 설명에 앞서 이 기사를 읽는 여러분께 여쭤봅니다. 비비고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만두'일 겁니다. 그래서 비비고를 '만두 전문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죠. 저희 어머니도 만두가 필요할 때면 "비비고 사러 갈까"라고 합니다. 포털에서도 비비고의 연관 검색어로 '비비고 만두'가 가장 먼저 뜹니다. 

사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 비비고 만두는 '양날의 검'입니다. 비비고는 만두 브랜드가 아닙니다. 세계에 한식의 문화와 맛을 알린다는 목표로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명도 '비빔밥'에서 출발했죠. 이 때문에 비비고는 만두로 이미지가 굳어져가는 걸 꺼려합니다. 다양성에 독이 되니까요. 특히 '비비고=만두'라는 공식은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더 굳어졌습니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만두는 세계적으로 비비고의 인지도를 높인 공신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부담도 커진 겁니다.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바꾸기 힘듭니다. 소비자는 익숙해진 상품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많습니다. 동원F&B는 '참치 통조림', 하림은 '닭고기'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는 다른 두 번째, 세 번째 상품의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비비고는 이 같은 상황을 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아무리 좋아도 만두만 부각되어선 앞으로의 사업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입니다.

글로벌화로 만두의 범주가 모호해진 것도 매출 비공개의 원인입니다. 세계적으로 만두의 개념은 넓습니다. 딤섬, 짜조, 스프링롤 등 국가마다 만두의 기준이 다릅니다. 어디까지를 만두로 보고 매출 통계를 낼 것인지가 모호해졌습니다. 통계를 내는 해외법인에서는 더 골치가 아플 겁니다. 자칫 한정된 범주의 통계를 내놨다 간 오히려 한계성을 드러내는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생산 과정 /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비비고가 만두에만 매몰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겁니다. 만두에만 '올인'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기대하기 힘드니까요. 다른 히트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성공시켜야 합니다. 비비고가 최근 짜조와 스프링롤 등 '아시안 푸드'를 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최근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면서 'K푸드'가 아닌 '아시안푸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비비고는 치밀한 현지화로 유명합니다. 아시안푸드도 유럽 현지 문화를 고려한 결과입니다. 사실 유럽에서 K푸드의 인지도는 낮습니다. 사실 만두도 해외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짜조(베트남식 군만두) 등 아시안푸드가 인지도 측면에서 앞섭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이민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 식민 지배 시대의 영항이죠. 이들에게 만두를 들이밀었다간 찬바람을 맞을 가능성 큽니다. 

이런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면서 만두에 대한 CJ제일제당의 고민은 더 컸을 겁니다. 만두로 고착화된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하니까요. 비비고가 해외 만두 매출 공개를 포기한 이유입니다. 연기자도 한 영화에서 대박을 터트리면 해당 캐릭터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다양한 장르에서 '끼'를 보여야 롱런할 수 있습니다. 팔색조가 돼야 합니다. CJ제일제당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

물론 앞으로 CJ제일제당이 만두 등 K푸드를 등한시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안푸드는 큰 그림의 밑그림입니다. 향후 유럽 등 세계 각지에 K푸드의 DNA를 심겠다는 구상입니다. 비비고 만두 매출 비공개는 둘째, 셋째 효자를 키우기 위한 '전략'입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어쩌면 만두 흥행은 이제 잊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비비고의 '연기 변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차기 흥행작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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