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가 지난 2분기 나란히 웃었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매장 리뉴얼 등 업계의 체질 개선 노력이 빛을 발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채널 회복세가 뚜렷했다. 다만 이커머스, 가구 사업 등 영역은 다소 주춤했다. 외출이 늘어나는 등 엔데믹과 계절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하반기에도 리오프닝 효과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가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리스크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3중고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물가가 크게 오르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아직 변수로 남아 있다. 경기 침체 본격화에 업계의 실적 회복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롯데쇼핑에도 엔데믹 '훈풍'
유통 빅3 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곳은 단연 롯데쇼핑이다. 그동안 길었던 실적 부진의 고리를 끊어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3조9019억원, 영업이익 7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0%(6억원)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82.2%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45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롯데쇼핑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리오프닝 효과에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백화점은 2분기 매출 8285억원, 영업이익 10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9%, 68.5%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매출도 1조4410억원으로 1.2% 늘었다. 영업손실은 71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이외에도 슈퍼, 롯데컬쳐윅스, 홈쇼핑 부문의 실적도 회복세가 나타났다. 그동안 부진 점포를 정리하고 백화점 등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한 효과다. 유통 부문의 수장을 모두 외부 인사로 바꾸는 인사 혁신도 있었다.
다만 이커머스(롯데온)와 가전양판점 하이마트는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이커머스 매출은 10.5% 감소했고 영업적자도 492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하이마트도 매출이 10.2% 줄었고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99.2% 감소했다. 계절적 영향이 컸다는 게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온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그룹 내 혁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회사 선전 신세계도 '날았다'
신세계도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신세계의 2분기 매출은 1조87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 늘었다. 영업이익은 94.7% 늘어난 187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핵심 사업인 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6% 뛰었다. 매출도 25.5% 증가한 6235억원으로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면세점과 패션 등 자회사의 선전도 뒤를 든든히 받쳤다. 신세계인터내셔날 2분기 매출은 3839억원, 영업이익은 38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12.7%, 46%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성장세다. 자체 여성복 매출과 고가 수입패션 모두 두 자릿수 늘었다.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도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등에 힘입어 거래액이 19.0% 증가했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48.7% 늘어난 287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2018년 신세계에 흡수된 홈퍼니싱 업체 신세계까사는 적자를 이어갔다. 2분기 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적자 규모가 16억원으로 늘어났다. 신세계 관계자는 "원자재와 물류 비용 인상 증가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아직 그룹 편입 5년이 안 된 만큼 수익 구조를 다지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과도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2분기 '최대 매출'
현대백화점도 엔데믹 효과가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71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5% 증가했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1조1252억원으로 30.3% 늘었다. 매출은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리뉴얼과 새롭게 선보인 패션. 명품, 식음료 공간이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백화점의 실적 상승세가 돋보였다. 백화점 부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8.3% 증가한 5888억원, 영업이익은 30.2% 늘어난 850억원으로 나타났다. 리오프닝 효과에 여성패션(17.1%)과 남성패션(19.1%), 스포츠(20.9%), 뷰티(14.4%) 등 마진이 높은 패션 장르의 실적이 성장했다. 특히 개점 2년 차를 맞은 더현대서울이 분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났다.
면세 부문은 외형을 키웠지만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현대백화점의 면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5% 증가한 5703억원이었다. 국내 시내점과 공항점의 매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138억원의 적자를 내며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특히 '따이공'에게 주는 송객수수료가 오르는 등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반기도 웃을 수 있을까
빅3의 실적 회복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 우려 등 변수가 많아서다. 다행히 최근 인플레이션 고점 신호가 일부 포착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여전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여파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저성장과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식품과 생필품 위주로 소비하는 경향이 커진다. 저렴한 상품을 중심으로 돈을 쓰는 불황형 소비 형태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리오프닝 효과가 경기 침체 여파로 희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소비심리는 꺾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분기 소매유통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기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인 100 이하면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백화점(111→97), 대형마트(97→86), 슈퍼마켓(99→51), 온라인쇼핑(96→88) 등 모든 업종에서 하락세가 나타났다. 유일하게 편의점(96→103)만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불황에 도시락 등 간편식품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에서다.
앞으로의 관건은 불황에서 소비심리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가다. 실제로 최근 빅3는 불황 타개를 마케팅 키워드로 잡고 있다. 대형마트 초저가 할인이 대표적이다. 미끼 상품인 저가 치킨 출시와 100원 단위의 할인 경쟁이 되살아났다. 백화점에서도 역시즌 마케팅으로 의류 재고를 털어내고 신제품의 물량을 줄이는 중이다. 고환율 시대를 맞은 면세점은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늘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경기 침체에도 리오프닝 효과를 이어가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분기는 리오프닝 효과가 뒷받침되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글로벌 리스크에 따른 고물가 등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황에도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끄는 방법이 관건"이라며 "하반기에는 리오프닝 효과를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