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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은 순살이 아니다…순살치킨의 모든 것

  • 2023.01.22(일) 10:05

[생활의 발견]브랜드별 순살치킨 부위 알아보기
'빅 3'는 대부분 가슴살 위주…여러 부위 섞기도
수급·가공 문제…중견 브랜드는 '100% 다리' 강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한동안 '치느님'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었습니다. 요즈음의 '비건 트렌드'에 밀려 어느새 듣기 힘든 말이 됐지만 치킨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 주는 유행어였죠.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K-푸드가 치킨이라는 얘기도 있었죠.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사로잡은 셈입니다.

치킨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논쟁만큼이나 뜨거운 논쟁이 있습니다. 바로 뼈냐 순살이냐죠. 뼈 있는 치킨을 좋아하는 분들은 부위마다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닭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뼈닭'이죠. 

반면 '순살파'는 뼈를 발라 먹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해서 좋다고 합니다. 갈비뼈 부위나 목, 날개는 발라 먹기 귀찮다는 거죠. 특히 요즘처럼 온갖 치킨 소스가 나오는 세상에선 순살치킨을 여러 소스에 찍어 먹는 재미도 남다릅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순살파'에 가깝습니다. 퍽퍽한 가슴살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다릿살로만 가득 찬 순살치킨 박스를 보면 먹기 전부터 행복이 차오릅니다. 그런데 이 맛있는 순살치킨을 한 입 먹자마자 절망할 때가 있습니다. '퍽퍽한 순살치킨'의 존재 때문입니다. 

순살치킨에 어느 부위를 사용했느냐는 '부먹찍먹' 만큼 중요한 문제다/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예전엔 몰랐습니다. 브랜드마다 순살치킨에 쓰는 부위가 다 다르다는 것을요. 순살 하면 다리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브랜드들은 가슴살을 이용해 순살치킨을 만들곤 합니다. 물론 가슴살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이런 브랜드만 찾아 헤메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순살치킨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치킨 브랜드들은 어떤 부위로 순살치킨을 만들까요. 또 그 부위를 쓰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부터 한 번 알아 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우선 치킨업계 부동의 1위 교촌치킨은 어떤지 볼까요. 기본적으로 다리살을 쓰되 허니순살에는 안심을, 리얼후라이드순살에는 가슴살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양념 맛이 강한 레드·블랙시크릿·교촌 순살 제품에는 씹는 맛이 좋고 기름기가 많은 다리살을 사용하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강조되는 허니순살과 리얼후라이드순살에는 부드러운 안심과 가슴살을 이용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다리살보다는 안심·가슴살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bhc는 기본적으로 순살 제품에 가슴살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뿌링클부터 맵소킹까지 대부분의 제품이 가슴살로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bhc 순살은 퍽퍽하다"는 의견도 제법 있구요. 이 때문인지 bhc는 최근 다리살로만 만든 '싸이순살'과 안심으로 만든 '빠텐더'를 선보였습니다. 순살도 부위별로 즐기라는 거죠.

사실 bhc는 순살이나 콤보 등 부분육 매출 비중이 유독 낮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bhc에 따르면 전체 치킨 매출 중 부분육 매출은 10%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촌치킨의 경우 절반 이상이 콤보라고 하니 차이가 크죠. 

bhc 관계자는 "순살 제품의 경우 매출이 많지 않지만 순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준비한 구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hc의 뿌링클 순살(왼쪽)과 BBQ의 황올치 순살(오른쪽)/사진=각 사

BBQ는 대부분의 순살 메뉴에 가슴살과 엉치살을 3대 1 비율로 섞어 사용합니다. 엉치살은 닭의 허벅지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닭다리의 위쪽 넙적한 부분을 의미합니다. 사실 다리살을 쓴다고 하는 많은 순살 메뉴들이 대부분 이 엉치살을 쓰죠. 뼈가 적어 살만 발라내기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BBQ는 이외에 속안심살을 사용하는 황금올리브속안심과 브라질산 다리살로 만드는 크런치순살크래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크런치순살크래커의 경우 제품 특성상 냉동육과 생육의 차이가 크지 않고 가격이 저렴해 국산으로는 점주 마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태국산과 브라질산 닭다리살을 사용 중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빅 3'의 순살 메뉴는 대부분 가슴살 위주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순살 치킨 하면 다리살인데, 가슴살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 법도 한데요. 여기엔 2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선 수급 문제입니다. 예전엔 치킨을 시킨다고 하면 당연히 한 마리 구성이었죠. 최근엔 다리와 윙, 봉만 모은 콤보의 인기가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슴살은 재고가 계속 남게 되죠. 치킨업계가 HMR 닭가슴살, 볶음밥, 버거 등을 선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남는 가슴살 소진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순살에 가슴살을 주로 사용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라는 겁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가슴살이 상대적으로 '순살화'가 쉽기 때문입니다. 다리살의 경우 뼈를 발라내는 과정이 복잡하고, 이 과정에서 살의 모양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반면 가슴살은 살코기 덩어리라 그대로 튀겨내도 순살 치킨이 되죠. 공정과 품질 관리가 그만큼 수월합니다.

순살치킨은 부위별로 맛과 식감이 다르다/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럼에도 '다리살 순살'을 고집하는 브랜드들은 있습니다. '빅 3' 아래에서 경쟁하고 있는 굽네치킨·또래오래·푸라닭·처갓집·자담치킨 등 중위권 브랜드들 중 상당수가 '100% 다리살'을 강조한 순살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리살 순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겐 이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SNS 등에서는 '닭다리살만 쓰는 순살치킨 브랜드' 리스트가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쫄깃한 다리살을 먹고 싶어서 순살치킨을 시켰는데 퍽퍽한 가슴살이 와 실망했다는 후기들도 공유됩니다. 

이쯤되면 치킨 브랜드들도 순살치킨을 판매할 때 꼭 어느 부위를 사용하는지 메뉴명에 적어 두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교촌 다리·가슴 순살'이라든지 'BBQ 가슴·엉치 황올 순살'같이 말이죠. 그러면 저같은 '닭다리파'도 실망하는 일 없이 마음 놓고 순살치킨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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