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임기가 넉넉 남아 있던 손영식 신세계 대표와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 등 핵심 계열사 대표가 모두 바뀌었다. 최근 실적 부진에 따른 '필벌'이 적용됐단 분석이다.
필벌과 신상
20일 신세계그룹은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을 비롯, 절반 가까운 계열사 대표가 물갈이되는 대규모 인사였다. 실적 부진에 교체 가능성이 대두됐던 대표들은 대부분 교체됐고, 어려움 속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한 계열사 대표들이 요직을 맡는 등 '필벌'과 '신상'이 뚜렷했다.
교체 여부가 주목됐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는 경질됐다. 임기가 2026년까지로 2년 넘게 남아있었지만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 등이 줄줄이 적자행진을 벌인 데다 비장의 카드였던 '유니버스 클럽'까지 부진하면서 결국 자리를 내놨다.
강 대표의 빈자리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채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비숙박 부문의 육성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공을 인정받아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를 총괄하는 '오프라인 사업 통합 대표'가 됐다. 온라인 사업부인 SSG닷컴은 기존 이인영 공동대표가 단독으로 이끌 예정이다.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내준 백화점 부문 역시 문책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복귀한 손영식 대표가 물러나고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새로 부임한다. 박 대표는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와 신세계 대표를 겸임한다.
이밖에도 5개 계열사가 대표를 교체했다.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로 떠난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겸임 대표로 부임했고 신세계L&B 대표직은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겸임한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이석구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가 맡게 됐다. 이 대표는 2007년부터 11년 넘게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직을 맡으며 스타벅스를 지금의 '국민 커피'로 만든 주인공이다. 1949년생으로 신세계그룹 주요 임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이밖에도 더블유컨셉 대표에는 이주철 지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운영하는 계열사인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김현우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대표이사도 양보다 질
이번 신세계 인사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겸임'이다. 이번 인사에서 겸임 대표를 맡게 된 인사만 4명이다. 비슷한 사업군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의 수장을 일원화해 '통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채양 신임 이마트 대표는 3개 계열사를 한 손에 쥐었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를 총괄하게 됐다. 이른바 'One 대표 체제'다. 백화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해 산하에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신세계프라퍼티·SSG닷컴·지마켓을 편제시킨다.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 역시 한채양 대표가 총괄한다.
박주형 신임 신세계 대표도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임한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그룹의 부동산업과 관광호텔업, 자동차여객터미널사업 등 백화점과 연계성이 높은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
그룹 내 주류 사업을 도맡고 있는 신세계L&B는 신세계푸드와 '페어링'됐다. 사업 부문과 방향성 등이 많이 겹치는 만큼 어색하지 않은 조합이다. 스타필드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임영록 대표가 겸임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조직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