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가 외식 사업을 확장한다. 지난달 오픈한 메밀 요리 브랜드 '메밀단편'의 추가 매장을 비롯해 신규 한식 브랜드와 해외 디저트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치킨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치킨 외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글로벌 종합 식품외식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한국적이면서도 색다르게
교촌에프앤비는 21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메밀단편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메밀 요리 브랜드 '메밀단편'과 신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원엽 교촌에프앤비 글로벌미주·신사업부문 혁신리더, 강창동 커뮤니케이션부문 혁신리더(사장), 이윤신 신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메밀단편은 지난달 1일 교촌에프앤비가 여의도에 첫선을 보인 메밀 전문 한식 레스토랑이다.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식재료인 메밀로 근사한 한끼를 제공한다는 것이 메밀단편의 모토다. 브랜드 이름에는 '메밀 요리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았다.
평소 한식에 높은 관심을 가진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다. 송 리더는 "권 회장은 교촌치킨 시그니처 메뉴와 소스 개발을 주도하는 등 음식문화에 대한 남다른 견해가 있다"며 "이 브랜드를 만들 때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라, 그리고 다르게 만들어라'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교촌에프앤비가 첫 한식 브랜드의 메뉴로 '메밀'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밀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재료지만 요리법이 많지는 않다.
송 리더는 "메밀은 서민적인 식재료이면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메밀 요리에 대한 요리법들은 우리 고서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건강에 좋은 메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메밀에만 집중한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도 메밀 요리가 있지만 우리는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그를 위해 식재료부터 용기까지 2년여간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식문화 알리는 교촌
메밀단편에서는 들기름메밀면, 수제 곤드레 전병, 닭 불고기, 한우 수육 등을 판매한다. 주력 메뉴인 들기름메밀면은 강원도 봉평의 순메밀가루를 사용한다. 밀가루나 전분을 첨가하지 않아 다소 뚝뚝 끊기는 식감이지만 메밀의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메밀 반죽을 숙성시켜 주문 즉시 자가제면으로 면을 뽑는다. 1++등급의 한우와 닭으로 만든 육수를 사용한다. 송 리더는 "다소 슴슴한 맛이 날 수 있지만 우리는 천연의 맛을 내기 위해 화학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다"고 말했다.
교촌에프앤비는 한국적인 색을 내기 위해 메밀단편의 용기와 들기름도 심혈을 기울여 선택했다. 들기름은 파주시 문산읍에서 3대째 이어오는 마정기름집에서 공수했다. 매장의 용기는 무형문화재 77호 유기장 이봉주 장인이 만든 방짜유기를 사용한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주류에는 교촌에프앤비의 관계사들이 힘을 합쳤다. 메밀단편의 주력 주류 제품은 교촌에프앤비 관계사 발효공방1991에서 만든 전통주 '은하수 막걸리'다. 은하수 막걸리는 경상북도 영양군에 위치한 100년 전통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감향주(甘香酒)'를 현대화한 전통주다.
감향주는 1670년경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소개된 고급 막걸리다. 발효공방1991이 장계향 선생의 후손인 13대 종부 조귀순 명사로부터 양조법을 전수 받아 현대화 했다. 이와 함께 교촌에프앤비가 2021년 인수한 문베어브루잉의 수제맥주도 판매한다.
교촌에프앤비가 한국적인 한식 브랜드에 집중한 것은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어서다. 송 리더는 "미국 상황에 맞게끔 식재료와 메뉴를 고치고 다듬어서 미국 진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식에 디저트까지 도전
메밀단편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메밀단편 오픈 후 50여 일이 지난 현재, 일 평균 매출은 전월 대비 140% 이상 늘었다. 고객들의 재방문율도 40%를 상회한다. 하루 평균 200여 명의 고객이 방문하며, 일일 20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메밀단편 한상'의 경우 오픈 직후 전량 소진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여의도에서 메밀단편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매장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당분간 가맹사업보다는 직영점에 집중한다. 주요 백화점과 이미 메밀단편 입점을 논의하고 있으며 단독 매장도 고려 중이다. 단독 매장은 1호점이 위치한 여의도와 비슷한 강남, 종로 등 오피스 상권을 후보로 하고 있다. 송 리더는 "소비력 좋은 젊은 고객들이 많은 상권이 메밀단편에 맞다는 것을 여의도에서 알게 됐다"며 "종로, 강남 등의 단독 매장과 백화점 입점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외식 사업을 더욱 확장한다. 교촌에프앤비는 메밀단편 외의 신규 한식 브랜드의 오픈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해외의 유명 디저트 브랜드도 수입해 조만간 한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송 리더는 "세상을 놀라게 할 기발한 한식 브랜드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직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해외 디저트 브랜드의 첫 매장도 곧 한국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킨 넘어 새 먹거리 집중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치킨 외의 신규 외식 브랜드와 소스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치킨 시장이 이미 포화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프랜차이즈(가맹점)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치킨 가맹점 수는 2만9305개로 전체 가맹점의 10.3%를 차지했다. 커피·비알콜음료 가맹점 수(2만9499개)와 비슷한 수치다.
이렇다 보니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액도 지난해 크게 감소했다.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4450억원으로 전년보다 14%나 감소했다.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교촌에프앤비가 무리한 가맹점 확장 전략을 접고 내실 다지기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촌치킨의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 1378개로 전년보다 10개 늘어났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64곳, 29곳 늘린 것보다 적다.
치킨 가맹점수를 크게 늘리는 대신 교촌에프앤비는 국내외에서 또 다른 먹거리를 지속해 찾는다는 구상이다. 메밀단편을 비롯한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국내외에 선보이는 한편, 1월부터는 'K1 핫소스'와 같은 신제품의 수출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을 넘어 글로벌 종합 식품외식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송 리더는 "소스 하나만 잘해도 종합 식품외식 기업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메밀단편 역시 브랜드 안정화를 거쳐 더욱 사랑 받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