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CU가 편의점의 시초국인 미국에 진출한다. 국내 편의점 브랜드의 미국 진출은 한국 편의점 역사 36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제휴로 시작한 CU가 자체 브랜드를 시작한 지 1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아메리칸 드림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BGF리테일 하와이 법인'을 설립하고 하와이 현지 기업 'WKF Inc.'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인 'CU Hawaii LLC'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이하 MFC)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MFC 체결식에는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와 로버트 쿠리수(Robert Kurisu) CU Hawaii LLC 대표 등이 참석했다. MFC는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 등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CU의 4번째 해외 진출 국가다. BGF리테일은 4번째 해외 진출국을 선정하기 위해 수십여 개의 국가에 대해 시장 조사를 진행한 뒤 미국 하와이를 선택했다. 한국 기업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WKF의 로버트 대표가 먼저 동업을 제의했다는 설명이다. BGF리테일은 지난 1년여간 미국 하와이의 유통 시장을 조사하며 WKF와 진출 논의를 시작했다. BGF리테일은 WKF가 지난 40여 년간 쌓아온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와 오랜 부동산 개발 업력이 현지 편의점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지 조건도 맞아떨어졌다. 하와이는 전체 인구 중 아시아계의 비중이 높아 한국 문화에 친숙하고 선호도가 높다. 또 최근 미국 내 1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식 붐이 일어나는 등 전방위로 한국 문화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CU가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양사는 올해 10월 중 하와이 CU 1호점을 개점하고 다양한 상권으로 출점해나갈 계획이다. 간편식 및 즉석조리 등 다양한 K-먹거리와 현지화 메뉴들을 개발하고 특색 있는 차별화 상품들을 대거 준비 중이다. 최근 미국에서 건강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김밥과 한국 관광 필수 코스인 즉석 라면 조리기도 도입키로 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과 CU의 자체브랜드(PB) 상품들도 선보이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하와이의 대표 메뉴인 포케, 로코모코 등도 현지 유명 셰프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편의점 독립 만세
BGF리테일은 지난 1990년 '편의점'이라는 유통 채널이 국내에 도입되던 시절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훼미리마트'라는 브랜드로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는 편의점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시기였다. 그렇다보니 비즈니스 노하우가 전무했다. 이에 편의점 사업이 가장 발달했던 일본 브랜드사에 로열티를 주고 해당 브랜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인 2012년 보광훼미리마트는 자체 브랜드 'CU'를 내세우며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했다. CU는 'Convenience for You'의 약자다. 당시 전국 7000여 개의 훼미리마트 점포들은 순차적으로 간판을 CU로 교체했다. 이는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이례적인 브랜드 전환 사례로 꼽힌다. 2014년엔 주식 상장을 통해 IMF 당시 일부 차입했던 일본 측 지분까지 모두 청산하면서 완전한 독자 경영의 길을 열었다. 당시 일본 브랜드에서 국내 독자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CU는 독자 브랜드 전환 이후 공격적인 출점 전략과 점주 중심 정책, 지역 밀착형 마케팅 등을 통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상품 구색의 최적화, 쇼핑 공간의 효율화, 새로운 전산시스템 등에 초점을 맞춰 한국형 편의점 모델을 개발했다.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강화부터 신선식품 확대, 무인 계산대와 비대면 결제 등 디지털 편의성을 앞세우기도 했다. 또 지역 특성에 맞춘 매장별 상품 구성으로 '한국형 편의점 모델'을 구축했다.
지난 2019년에는 매장 수 1만3000여개를 돌파하며 GS25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CU의 전국 매장 수는 1만8458개에 이른다. GS25(1만8112개), 세븐일레븐(1만2152개), 이마트24(6130개)를 제치고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브랜드 독립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바로 해외 진출이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외형 성장을 도모했다. 지난 2018년 BGF리테일은 몽골 유통 기업 센트럴익스프레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C) 계약을 체결하고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CU의 해외 시장 개척은 이어졌다. 2021년에는 말레이시아 패션 및 F&B 기업 마이뉴스홀딩스와 손잡고 말레이시아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카자흐스탄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이로써 CU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총 680점의 글로벌 점포를 운영 중이다. 몽골은 올해, 말레이시아는 오는 2028년, 카자흐스탄은 오는 2029년까지 각각 500호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는 "이번 하와이 MFC 체결을 통해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유통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 편의점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나가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며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에서 쌓아온 CU만의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무대에서 K편의점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