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 마이너스대출'
부산은행이 내놓은 신용대출 상품입니다. 이름이 묘한 데다가 상품 성격이 자칫 논란이 될 수 있어 최근 일부 매체에서 다뤘습니다. 이 상품은 정부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며 실시한 '안심전환대출'의 명칭을 차용했습니다. 출시 시기도 안심전환대출이 나온 즈음입니다.
부산은행에서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사람은 3000여 명. 이 가운데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3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 정부 정책을 빌어 장사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는 있습니다. 정부가 기껏 이자를 줄여주면서 빚을 꾸준히 갚도록 했는데, 마이너스 대출로 이자를 내라니 황당한 느낌도 듭니다.
부산은행 측은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면서 혹시 대출금이 더 필요하거나 앞으로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이를 제2금융권이 아닌 은행에서 해결하도록 만든 상품이라고 주장합니다.
금융당국도 "이름에 '안심'을 넣은 게 괘씸하긴 하지만, 굳이 이 상품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 안심대출 원리금·이자 상환을 '신용대출로?'
그러나 부산은행이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품을 굳이 만든 이유를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정부의 안심전환대출 탓에 시중은행들의 손해가 예상됐기에 이를 다른 대출 상품으로 만회하려 했을 가능성입니다.
수요가 있으리라는 판단도 했을 겁니다.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만 내는 변동금리 대출을 원리금도 함께 상환하는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당장 이자가 줄어 좋지만, 원금 상환 부담이 생기기에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에 손을 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의 낮은 이자에 끌려 이 기회에 원금도 갚아보자고 했다가, 막상 제때 상환하는 게 어려워지는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안심전환대출 시행이 지난 4월이었는데 벌써 연체율 등을 따지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주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일부의 우려처럼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신용대출 등으로 해결하거나 연체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문제가 됩니다.
안심전환 마이너스대출이 다른 '마이너스 통장'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안심전환대출 가입자가 대상이기는 하지만 금리 조건 등은 기존 상품과 유사합니다. 상상력을 동원하면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를 갚는 '주택담보 마이너스대출'을 내놔도 상관없는 셈입니다.
◇ 빚 느는데 상환 능력은 그대로…가계부채 질 개선 한계
결국 중요한 것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든 안심전환대출이든 비교적 금리가 낮은 대출을 갚는데 다른 신용대출로 충당할 가능성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쉽게 높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실화하면 집을 뺏길 수 있어서 마지막까지 연체하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 대신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어나다가 이 부분에서 부실이 먼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는 고정금리로 원리금을 꾸준히 갚게 한다는 당국의 '가계부채 질적 개선' 정책의 허점이기도 합니다.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상환능력을 높이는 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질 개선은커녕 신용대출로 기존의 부채를 갚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겁니다. 상환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의 경우에도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그만큼 소비가 위축됩니다.
가계부채는 이미 1100조 원을 넘어섰고 미국의 금리 인상은 가시화하고 있는데, 경기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변동금리나 이자만 갚는 부채는 여전히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구조 개선 등 미시적 접근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외치고 있는 정부가 '안심전환 마이너스대출' 상품을 보고 조금 뜨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