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 ‘빅5’의 올 2분기 실적은 대체로 괜찮았다. 메르스 사태가 효자 역할을 했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자동차 운행이 줄어든 데다, 병원마저 발길이 끊기면서 손해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화재가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을 비롯한 계열사 악재로 주춤한 사이 동부화재가 저력을 발휘하면서 선전했다. 메리츠화재는 깜짝 실적을 내면서 손보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 삼성화재 독보적 1위 지켰지만…
올 2분기 주요 손보사들의 매출(원수보험료)을 살펴보면 삼성화재가 4조 4570억 원으로 부동의 1위를 달렸다. 현대해상(2조 9920억 원)과 동부화재(2조 8290억 원), LIG손해보험(2조 2520억 원), 메리츠화재(1조 3960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증가 폭은 메리츠화재가 가장 컸다. 장기와 일반, 자동차보험 분야가 골고루 늘면서 원수보험료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증가했다. 현대해상(7.3%)과 동부화재(6.9%)도 원수보험료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KB손보는 KB금융 인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은 탓에 1.1% 증가에 그쳤다.
순이익 역시 삼성화재가 239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삼성화재는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150억 원대의 손실을 낸 탓에 시장의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다. 반면 동부화재가 효율적인 손해율 관리로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143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현대해상이 880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보다 111%나 늘어난 6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380억 원에 그친 KB손보를 따돌리고 4위로 올라섰다. 매출이 두 배가 넘는 현대해상도 바짝 추격했다. KB손보는 미국법인의 보수적인 손해액 적립에 따른 손실로 순이익이 20% 넘게 급감했다.
◇ 동부화재의 손해율 관리 돋보여
손해율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가 이뤄졌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자동차 운행이 줄어든 데다, 병원 출입도 꺼리면서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안정에 역할을 했다. 손해율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된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비율이 올라갈수록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손해율 관리는 동부화재가 돋보였다. 장기위험 손해율과 일반손해율이 각각 3.3%포인트와 1.9%포인트 개선되면서 전체 손해율도 1.1%포인트 하락한 83.7%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83.1%로 주요 손보사 가운데 손해율이 가장 낮았다. 전년동기대비로도 0.9%포인트 하락했다.
삼성화재는 작년과 같은 84%의 손해율을 유지했다. 다만 제일모직 화재 사고로 일반보험 손해율이 8.1%포인트나 뛰었다. 지난해 판매한 후유장해 상품에서 부실이 나면서 장기위험 손해율도 2.8%나 상승했다.
현대해상과 KB손보는 장기와 일반, 자동차보험 등 모든 상품의 손해율이 상승했다. 전체 손해율도 각각 0.8%포인트와 1.7%포인트 오른 86.2%와 87.7%를 기록했다. KB손보의 경우 미국 법인의 손실로 일반보험 손해율이 30%포인트나 급등한 129.8%에 달했다.
▲ 메르스 사태 당시 텅빈 병원 |
◇ 투자 잘한 메리츠화재 깜짝 실적
합산비율 역시 동부화재가 101.7%로 가장 양호했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가 102.6%와 102.7%로 그 뒤를 이었다. KB손보가 106.6%로 가장 높았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김용범 사장 취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산해 산출된다. 가입자에게 거둬들인 보험료에 비해 각종 지출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가 넘으면 보험사가 손해를 본다. 합산비율이 낮으면 그만큼 손해율을 잘 관리하고 있고, 영업 효율성도 높다는 뜻이다.
운용자산 수익률은 메리츠화재가 4.2%로 1위에 올랐다.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 4.9%에 이어 주요 손보사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동부화재가 4%로 뒤를 이었고, KB손보가 3.9%, 현대해상이 3.8%를 기록했다. 삼성화재가 3.4%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투자영업이익은 메리츠화재가 29.1%나 늘었고, 현대해상과 KB손보가 각각 21.8%와 16.8% 증가했다. 동부화재는 9,6%, 삼성화재는 5.1% 증가했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손보사들이 5월 영업일수 감소와 6월 메르스 사태로 손해율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