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지난 20일 첫 인사추천위원회를 연 뒤 임종석 비서실장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후 쏙 들어가 버린 장관급 인사에 대한 얘기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임 비서실장이 언급한 세 곳의 '장관급' 인사에 금융위원장은 없다는 점이다.
금융위원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제기되고 있는 '금융 홀대론'이 더욱 부각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금융권 인사가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 방미 사절단에 금융권 인사 '0'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인 52명에는 이렇다 할 금융권 인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하영구 씨티은행 행장,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등 금융권에서 대표성을 띄는 인물들이 포함됐었다.
금융권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제기된 '금융 홀대론'이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 정권에서 금융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며 규제 완화 기조를 지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금융권 홀대론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는 금융위원장 인선 지연이다. 새 정부 출범 초 금융위원장 하마평은 활발하게 이뤄졌었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홍종학·김기식 전 의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 여러 인물이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카드가 깜짝 등장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정부와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데다가 일부 장관 인사에서 마찰을 빚으면서 인선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여기에 더해 김 전 위원장이 위원장 시절 론스타 '먹튀'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시민단체와 야당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최근에는 비교적 무난한 관료 출신 인사인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아직은 '복도 통신'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 '수장' 없는 금융권 "부작용 우려"
문재인 정부가 '금융'을 뒤로 밀어 넣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부의 큰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던 박근혜 정권과 선을 긋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증대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금융산업 측면에서의 발전 방안 등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 지난 19일 (왼쪽부터)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역시 금융 산업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한 정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와 약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듯한 정책이 당장은 인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면에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각 업권의 목소리가 조율된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우리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