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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영업조직 개편' 실험 나섰다

  • 2018.02.21(수) 17:17

강남본부, 3단계 체계서 2단계로 재편..대형사 첫 시도
효율화·본사차원 설계사 지원 강화
1년뒤 확대여부 결정.."영업력 약화" 우려도


교보생명이 영업조직 개편을 위한 실험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교보생명뿐 아니라 대부분 대형 보험사가 채택하고 있는 '3단계 영업조직'을 '2단계 영업조직'으로 축소해 효율화하는 채널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실험이 향후 조직효율화뿐 아니라 영업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 강남본부-9개 지원단 통합해 3개 전략본부로…대형사 첫 시도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지역본부 조직체계를 바꿨다. 기존 강남지역본부와 산하 9개 지원단을 통합한뒤 3개 전략본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강남지역본부와 9개 지원단은 ▲남서울전략본부 ▲강남중앙전략본부 ▲성남전략본부로 재편됐다.

보험 영업조직은 통상 '지역본부-지원단-지점'의 3단계 체계로 이뤄져있는데, '전략본부'는 중간단계인 지원단을 없앤 구조다. 대신 전략본부에서 지원단의 기능을 흡수하고 '전략본부-지점'의 2단계로 조직 구조를 단순화해 지점의 지원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교보생명 강남지역본부의 이같은 변화는 대형 보험사들이 오랫동안 가져왔던 영업조직 체계의 틀을 깬 것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고객과 접점인 지점과 지점을 관리하는 지원단, 지원단을 관리하는 지역본부 3단계 체계에서는 소통에 비효율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전략본부-지점 2단계 체계를 통해 비효율을 개선해보자는 첫 시도다.

새로 도입된 전략본부에는 기존 지원단의 역할인 '마케팅'과 '설계사 도입·양성·교육' 기능에 '고객시장 확대 지원파트'가 추가됐다. '고객시장 확대 지원파트'는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설계사들에게 회사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지원조직들과 차이가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략본부는 현장지원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지원단의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회사에서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고객시장 확대를 돕는 것이 특징"이라며 "다층구조의 지원체계가 현재 시장상황과 맞지 않고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내근사원들이 밀착해 현장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고객시장 확대 지원파트는 영업노하우와 신뢰도가 높은 본사 부장급 직원이 설계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이나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을 찾아가 재무컨설팅 등 제공가능한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소속 설계사들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보생명은 특히 고액자산가와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보험사들의 영업경쟁 격전지인 만큼 본사차원의 지원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를 위해 영업노하우를 갖춘 직원들을 시장 확대 지원파트에 전진배치 하는 등 기존 지원단의 90~95% 인력을 전략본부로 흡수했다. 또 지원단장중 일부는 본사차원에서 기획과 전략을 총괄하기 위해 본사에 배치했다.

교보생명은 이번에 시도되는 전략본부를 1년간의 운영하고, 효율성이 입증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채널전략은 보험사 운영의 핵심전략으로 '전략본부'는 비전2020의 상품·채널 혁신중 채널혁신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일본 등 해외선진시장을 1년여 검토한 결과 효율성 있는 조직체계로 판단해 적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직 조직체계 변경에 대한 성패는 자신할 수 없지만 올해말까지 파일럿테스트 결과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확대할 것이며 성과가 미진할 경우 채널전략을 다시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업무구분 불명확하고 지방은 효율 떨어진다" 지적도

교보생명의 이같은 실험이 정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처음 시도되는 조직체계인 만큼 아직까지 통합조직내 업무 구분이 명확치 않고 일부 인원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

교보생명 노조 관계자는 "지원단내 지원담당인력이 정해져 있는데, 하나의 지원단이 8~10개 지점을 관리했다고 하면 지원단 3개가 통합되면서 동일 인력이 그 3배인 28~30개 정도의 지점을 지원하게 돼 업무가 가중된 부분이 있다"며 "업무를 명확히 나누지 않고 기존 담당직원들이 함께 전체 지점을 담당하다보니 일부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담당하는 지점이 많다보니 관리가 어려운 지점이 나올 수 있는데, 
전략본부는 영업근접지원뿐 아니라 지점의 자율성을 높이고 있어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기대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 관계자는 "강남지역의 경우 본사와 가깝기 때문에 본사에서 어느정도 컨트롤이 가능하겠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쉽지 않아 영업력이 악화될 경우 다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물리적 거리가 멀고 지역특색이 있어 전략본부 체계로는 영업력이나 전략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략본부의 성패는 지점의 실적이 기존대비 줄어들지 않게 지원 역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지원단이 사라져 영업성과의 책임이 본부와 지점으로 분산될 것이니 만큼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처럼 책임이 지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메리츠화재는 2016년 7월 12개 지역본부 산하 221개 점포를 102개로 통폐합하고 이후 '사업가형 지점장'을 도입해 정규직 지점장의 80%를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바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노조 관계자는 "전략본부를 도입할때 우려됐던 것과 달리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업가형 지점장 같이 차후 인력조정이나 고용불안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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