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깜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나금융지주가 K리그2(2부리그) 프로축구단인 대전시티즌에 대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투자협약을 바탕으로 하나금융지주는 대전시티즌을 완전 인수해 기업구단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회사가 스포츠 구단을 인수해 운영하는 것이 생소한 일은 아닙니다. 이미 많은 금융사들이 배구, 농구, 골프 등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금융지주의 이번 대전시티즌 인수는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입니다.
◇ 20년째 축구 사랑
하나금융의 주력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은 지난 1998년부터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후원으로 지정돼 20여년째 후원하고 있습니다. 국가 대항전(A매치)경기에서 어렵지 않게 하나은행 판넬 광고를 볼 수 있죠.
친선전 역시 하나은행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의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계약은 2019-2020 시즌까지 이어집니다.
이 덕에 하나은행은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대한축구협회'라는 명칭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습니다. 다른 은행이 '응원', '축구' 등 문구만 활용할 수 있는 점과 대비되는 것이죠.
현재 하나금융 메인 모델도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입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20여년간 꾸준히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아직 절차가 남아있으나 대전 시티즌의 완전 인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스포츠와 관련된 여러 마케팅을 펼치지만 축구와 관련해서는 KEB하나은행의 마케팅을 따라갈 수 없다"며 "특히 월드컵시즌에 이같은 현상이 도드라진다"고 전했습니다.
◇ 창립멤버에서 구단주로
하나금융의 대전 시티즌 인수에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지역에서 사실상 1위 은행입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퇴출위기였던 충청은행을 구 하나은행이 인수한 영향이죠.
특히 대전은 하나은행의 핵심 영업지역입니다.
하나은행은 대전 시금고를 20년 넘게 맡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복수금고로 지정된 이후에도 대전 시금고는 하나은행이 홀로 맡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내부에서 충청엽업본부는 '요직'으로 꼽힙니다. 초대 KEB하나은행장인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행장 선임 직전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았었죠.
'대전 시티즌'의 탄생과정에서도 하나은행이 깊게 관여돼 있습니다.
대전시티즌은 대전시가 1997년 동아그룹, 계룡건설, 충청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창단했습니다. 창단 직후 충청은행이 구 하나은행으로 합병됐죠. 하나은행이 대전시티즌의 '창립 멤버'인 셈입니다.
이후 대전시티즌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컨소시엄 기업들의 후원은 중단되고 2006년 시민이 직접 후원하는 시민구단으로 변화했습니다. 시민구단인 만큼 재정적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그간 대전 시티즌의 예산을 대전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에서 편성했었습니다.
이번에 하나금융이 10여년만에 다시 손을 내민 만큼 대전 시티즌이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성적 또한 상승해 1부리그 진입을 노릴 수 있죠.
여러모로 하나은행의 대전내 입지가 더 탄탄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은행 한 관계자는 "충청지역은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꽉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번 하나금융의 프로축구단 인수가 KEB하나은행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전체가 충청지역에서 입지를 보다 탄탄히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