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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보장분석 후 남겨진 고민

  • 2020.10.26(월) 09:30

보험, 보장분석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있던 것은 변하고 없던 것이 생긴다. 보험 상품이 품은 개별 약관도 이와 같다. 뇌출혈진단비가 최고였던 시기는 지나고 뇌졸중을 넘어 뇌혈관질환진단비의 가입이 당연시 된다. 운전자보험의 핵심 3담보의 약관은 3년 동안 최소 6회 변경되었다. 저해지와 무해지가 나왔다가 들어가고 정기보험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2~30년납 자동갱신이 가능한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보험 상품이 다양해지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너무 복잡함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화소가 높아지는 것은 좋지만 사람의 눈은 그대로라 이젠 별다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동일하게 보험 약관은 계속 두꺼워지고 선택할 수 있는 담보의 총량은 늘어나지만 보험 앞에 선 소비자와 설계사 모두 어려움을 느낀다.

이는 보험 산업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전에는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적었다. 보험에 미가입 중인 피보험자는 백지와 같다. 스스로 가입하고 싶은 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망을 담보한 종신보험 1~2건이 전부였기에 암 진단비와 같은 생존영역의 보장은 공백지대였다. 피보험자의 이런 상황은 설계사 입장에서도 편했다. '갑작스럽게 사망하면 남겨진 가족은', '암에 걸리면' 등 현재와 비교 간단한 말로 미가입의 위험성을 환기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표준 설계 등을 따라도 백지에는 무엇이든 가입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피보험자가 가입 중인 약관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5개 이상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사람도 흔하고 각 상품이 품은 개별 약관의 총량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작년 보험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8.2%다. 이제 누구나 보험에 가입 중이다. 실제 보장 분석을 해보면, 실손의료보험과 사망, 그 사이에 진단과 진단 이후에 이르는 다양한 결과가 조회된다. 실제 보험사나 설계사가 활용 중인 보장분석 프로그램으로 결과값을 출력해보면 A4용지 40장이 넘는 피보험자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보험 소비자의 고민이 변했다. 과거 미가입에서 오는 불안감이 높았다면 이제는 '불안해서 보험에 가입했는데, 너무 복잡하여 무엇에 가입 중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사고 시 보험금은 제대로 나오는지'가 걱정된다. 혹시 모를 미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비싼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계사도 보기 힘든 보장분석 결과지를 소비자가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안해서 가입한 보험이 또 다른 불안감을 지속시키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계사의 고민도 깊어진다. 미가입자가 많았던 때에는 보험의 필요성을 쉽게 환기하고 일반화된 설계로 가입을 시키면 된다. 하지만 최근 보장분석 결과를 바라보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고 분석 시간도 길어진다. 또 제대로 분석한 후에도 이를 가입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약관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과거 제안 후 체결했던 계약이 쉽게 부정되는 일이 흔하여 고심이 깊어진다.

결국 소비자와 설계사 모두 복잡하고 다양한 보장분석 결과를 놓고 깊은 늪에 빠진 형국이다. 이 때문에 보장 컨설팅은 자취를 감췄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진단 영역에서만 신계약을 갈아 태우는 방식이 선호된다. 보험사도 이를 부추기는데 암과 심장질환 그리고 뇌혈관질환의 인수 한도와 보장범위를 늘리고 표적항암치료제 등 새로운 약관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여 단품 판매에만 집중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단기 매출 성과는 나오겠지만 설계사의 보장 컨설팅 능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이는 곧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정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보험금을 목적에 두지 않는다. 발생 빈도는 적지만 사고 시 큰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진단 이후 사망에 이르는 질병 사고의 경로에 필요한 보장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별 설계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보험사의 상품 전략과 교육도 중요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컨설팅을 해주는 설계사를 알아보는 소비자의 안목도 필요하다. 결국 복잡함에 숨어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 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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