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최근 집중하고 있는 주요 과제는 디지털 전환이다. 금융과 정보통신(IT)기술의 만남이 본격화 되면서 더 편하고 쉬운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수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은행들이 과거 아날로그 채널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때 고객과의 주요 접점이었던 오프라인 채널에 디지털 기술과 이종산업간 협업 등을 더해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있어서다. 한 때 유행했던 '디지로그’(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합성어)' 열풍이 다시 부는 모습이다.
은행 지점, 줄어도 줄어든 게 아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수는 4398개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4539개에 비해 141곳이 지도 속에서 사라졌다.
은행들의 오프라인 점포 폐쇄는 비단 최근의 일 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고객 채널이 비대면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필요성이 점차 낮아졌고 이에 따라 은행들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 통폐합에 나서고 있어서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은행의 오프라인 대고객 접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은행들의 오프라인 대고객 접점은 오히려 늘었다. 이종산업간의 협업을 통해서다.
은행들이 가장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는 업계는 편의점 업계다. KB국민은행은 2017년 세븐일레븐, 2018년 GS리테일과 협약을 맺고 편의점 내 ATM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국민은행 ATM기를 사용할 때와 같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도 GS리테일과 손잡고 미래형 혁신 점포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관련기사 : 편의점에 꽂힌 은행들…다 이유가 있었네(5월25일)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도 편의점을 사실상 오프라인 지점화 해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그간 진행해오던 ATM 출금·입금·이체 서비스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올해 말 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전국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그 수 또한 매우 많아 접근성이 높다"며 "편의점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줄어드는 은행 점포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다음으로 은행들이 협업을 준비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업권은 ATM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들이다. 현재 ATM기를 자체 생산해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효성TNS, 한국전자금융, 한네트 등이 있다.
이들은 편의점 뿐만 아니라 지하철, 도로 등 전국 곳곳에 ATM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과 협업을 맺을 경우 오프라인 접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다양한 곳에서 고객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요 은행 업무를 ATM기에서 수행할 수 있으면서 전국 방방곳곳에 설치된 ATM을 고객들이 더욱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은행점포, 디지털 옷 입는다
은행점포들은 사라지고 있지만 은행 창구 업무는 더욱 편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은행 점포 전략을 미래형 디지털 혁신점포로 선언하면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한은행의 디지택트브랜치다. 디지택트브랜치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전문 상담원과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신한은행의 새로운 도전이다. 지난해 9월 최초 도입 이후 지속해서 확대 설치 중이다.
앞으로 은행들의 점포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극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들이 인공지능(AI)은행원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은 내년 1월 실제 영업점에 AI은행원을 배치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 부장은 "AI상담원은 실제 은행창구나 스마트텔레머신 등에 배치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은행점포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비용절감, 고객편의성 강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오프라인 채널에 접목되면 직원 1인당 생산성이 크게 증대한다는 결과도 있으며 고객의 편의성도 대폭 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과거 카페, 도서관 등을 모티브로 고객 친숙함을 앞세웠던 점포의 변신보다는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앞으로 점포를 줄일지 언정 점포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들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선순환 가속화를 위해 '디지로그'를 그룹의 디지털 전환 지향점으로 선정했다. 특히 디지로그 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진두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