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는 다른 은행 금융지주회사와는 다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농협의 금융과 유통을 쪼개는 '신경분리' 후 모든 지분을 농협중앙회가 가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 변화 시기가 오면 농협중앙회는 "늘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결국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암암리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금융권에서 받아들이는 정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임기가 내년 종료된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늘 깜짝 발탁으로 금융권을 놀라게 한 것은 물론 경영능력 발휘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내년 안정적인 한 해를 보낼 경우 한차례 추가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주력계열사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내년 12월 31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경우 올해 농협은행이 초유의 대출중단 사태를 야기하며 성장성에 브레이크를 건 만큼 내년에는 더 확실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NH투자증권의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이끈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의 경우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것이 흠결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영채 사장이 대주주단의 신임을 바탕으로 다른 금융회사 CEO들의 선례처럼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농협금융지주의 독특한 지배구조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는 다른 은행 금융지주사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2012년 정부는 농협중앙회가 보유하고 있는 사업을 신용, 경제 부문으로 분리하는 신경분리를 단행했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산업을 컨트롤 하는 농협금융지주를 세워 100%의 지분을 보유하하고 있다. 다른 은행 금융지주 회사가 다양한 주주구성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형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협금융지주 CEO 인사에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농협중앙회에서는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의 의견에 따라 CEO 등의 거취가 정해진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농협중앙회, 그 중에서도 농협중앙회를 이끄는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지난해 1월 31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새로이 당선되자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홍재은 전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전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을 묻겠다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조직의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후 선임된 CEO들 역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등용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내년 임기 끝나는 손병환 회장…연임 가능할까
손병환 회장은 농협은행장 자리에 오를 때부터 연이어 금융권을 놀래킨 인사로 각인됐다.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했는데 이후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임기는 2년이다.
손병환 회장의 임기는 내년 12월 31일로 종료될 예정으로 이사회, 나아가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아야만 한차례 추가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임기 첫해인 올해의 경우 계열사의 균형잡힌 성장, 디지털 전환의 마중물을 마련하는 등 질적·양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올해 농협금융지주는 3분기 까지 1조8427억원원의 순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나아가 올해 처음으로 순익 2조 클럽 가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에 진심인 그는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토스와 카카오뱅크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이제 막 자리를 잡은 금융회사를 배워야 한다고 밝힌 것은 자존심 문제로 비칠 수 있는데도 이에 급급하지 않고 그룹 임원진들에게 메세지를 전한 것이 주목받았다.
게다가 단순한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고 농협금융지주의 디지털전환추진단을 직접 이끌며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처럼 임기 첫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만큼 연임을 위해서는 내년의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일단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금융회사 성장을 이끈 순이자마진(NIM) 상승이 본격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디지털 전환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양날개 농협은행·NH투자증권 CEO 거취 주목
주력계열사인 농협은행의 권준학 은행장(사진)은 지난해 12월 31일 취임하면서 2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따라서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2월 31일 종료된다.
권준학 행장 취임 이후 첫 3분기 재무적인 수치로만 봤을때는 성적이 나쁘지 않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1조2375억원의 순익을 냈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농협금융의 전체 순익 중 65.1%를 차지했다.
하지만 여신관리에 있어서는 실패한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총량관리 강화를 주문한 이후 곧장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의 취급을 중단했다. 이에 한 분기에 통째로 주요 영업 영역인 가계부분에서 사업을 모두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은행 별 가계대출총량관리 6%를 제시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를 고려하지 않은 가계여신 전략을 펼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1년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것이 권 행장의 첫번째 과제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특히나 내년 은행권은 규제가 강해지는 악재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호재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르는 권 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다른 핵심 계열사인 NH투자증권 CEO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NH투자증권을 이끄는 정영채 대표(사진)는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일단 정영채 사장은 임기 내에 NH투자증권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3분기만에 순익 1조 클럽 가입을 확정했고 기업금융(IB) 부분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크래프톤의 기업공개(IPO) 공동주관사로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경영능력은 인정받겠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이 문제다. 정영채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를 확정지으면 정영채 사장은 임기 종료 이후 3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현재 징계 수준이 확정되지는 않았고, 다른 금융권 CEO와 마찬가지로 행정소송 등을 통해 징계를 미루는 방법을 통해 연임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있다. 관건은 대주주들의 의중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다른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와 달리 농협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농협금융지주가 가지고 있는 NH투자증권의 지분은 51.8%다. 이 외 주요주주로는 국민연금(8% 수준), 우리사주조합(3% 수준)이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의중은 크게 작용하지만 다른 주주들의 뜻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타 금융사 CEO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어도 주주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연임 등에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영채 사장 역시 경영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만큼 연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정영채 사장 역시 지난 국정감사에 참석해 "거취는 대주주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