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제기한 풋옵션(특정 상품을 특정해진 때 정한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 계약이행 가처분 소송에서 승리했다. 신 회장의 자택과 급여, 배당금, 교보생명 지분에 대한 가압류가 취소된 것이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도 일단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전날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제기한 계약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신 회장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도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9월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제시한 주당 40만9912원이나, 다른 어떠한 가격에도 풋옵션 주식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관련기사: 교보생명-어피너티, ICC 판정 놓고 날 선 '승자' 싸움(9월8일)
그러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난 10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신 회장에 대한 계약이행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 회장이 풋옵션 계약이행 시 적정 주가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어피너티 측이 신 회장을 상대로 계약상 의무 이행을 청구하는 등 한국법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다고 주장에서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이 40만9912원에 지분을 매수할 경우 신 회장의 자산이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 회장 자택과 급여, 배당금 및 교보생명 지분에 대해 가압류를 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신 회장에 대한 가압류는 모두 풀리게 됐다.
다만 어피너티 측은 법원이 신 회장의 풋옵션 계약이행을 위한 적정 주가 평가기관 선임 및 평가보고서 제출 의무 위반을 확인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자자(어피너티 컨소시엄)가 가처분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투자자들에게 급박한 위험이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곧 2차 중재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에선 신 회장 재산에 대한 가압류 해체로 교보생명 IPO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심사를 위해선 최대주주 주식 의무보호예수 등을 해야 하는데 신 회장의 주식이 일부라고 가압류된 상황이라 IPO를 진행하는 게 불가능했다.
앞서 지난 21일 교보생명은 한국거래소에 IPO를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크레디스위스, JP모건, 씨티 등이 주간사로 참여했다. 교보생명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IPO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진행 여부가 불확실했던 IPO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를 40만9912원으로 평가했던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임원 2명은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주요 피고인에 대해 1년에서 1년6개월의 징역과 추징금 약 1억3000만원을 구형했다. 내년 2월10일에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