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은행들이 파킹통장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정기 적금·예금 특판 대신 수요가 탄탄한 파킹통장으로 수신고를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1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최근 금융플랫폼 사이다뱅크에서 취급하는 파킹통장 '사이다입출금통장'의 금리를 0.3%포인트 올린 3.2%로 설정했다. SBI저축은행이 이 통장의 금리를 올린 건 작년 6월 이후 처음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OK파킹플렉스통장을 새롭게 단장해 출시했다. 500만원 이하의 예치금에는 연 최고 3.5%의 금리를 적용하며 500만~3억원 이하 예치금에는 연 최고 3%의 금리를 책정했다.
파킹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금식통장이다. 예치 후 만기까지 자금 인출이 어려운 정기 예·적금과 달리 언제든 입출금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특성 탓에 비교적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최근 금리가 인상된 상품들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과 비슷하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30~3.40%로 집계됐다.
저축은행들이 하나둘 파킹통장 금리를 올린 건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 수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 역시 발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인하로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 이를 받쳐줄 탄탄한 수신고가 필요하다.
당분간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고객들의 수요와도 통한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증권시장이 요동치면서 은행 등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을 흡수하겠단 전략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 금리인하 등 시장 불확실성이 많아서 일시적으로 돈을 묶어두려는 수요가 파킹통장에 모이고 있다"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주거래 고객으로 사로잡을 수 있고, 부족한 수신고도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업계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영업을 축소하면서 예·적금 등 수신에도 소극적이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저축은행 수신(말잔)은 101조3584억원으로 작년 10월 이후 8개월 연속 줄었다.
예·적금 금리 역시 내리는 추세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65%다. 평균금리는 작년 10월 4.19%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세였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간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예금을 받아도 대출을 내줄 수 없어서 수신을 유치할 필요가 없었다"며 "연내 기준금리가 내리면 내년부터는 전처럼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가파르게 상승하던 저축은행 연체율은 약 3년 만에 하락했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8.3%로 집계됐는데, 3월 말 8.8%에서 0.5%포인트 떨어졌다. 분기별 연체율이 하락한 건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