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두차례 탄핵 국면은 중국의 고성장(2004년), 반도체 경기 호조(2016년)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우리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이번엔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으로 과거에 비해 경제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경제정책이 정치상황과 분리되어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된다는 신뢰를 주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평가 및 대응방향'이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전일(14일)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과거 탄핵땐 영향 제한적
한은은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200.4 3~5월중, 2016년 12~2017.3월중)을 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3~6개월 정도 되더라도 경제정책이 정치와 분리돼 정상적으로 추진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당시 주가는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했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이후 단기간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국고채금리(3년물)는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헌재 결정까지 대체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2004년엔 헌재의 탄핵기각 이후 국고채금리가 하락했는데 이는 헌재 결정보다는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와 이에 따른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주로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신용스프레드는 2004년은 축소 추세를 이어갔고 2016년은 소폭 상승하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이후 하락 전환했다.
외환시장의 경우 2004년엔 수출호조 및 미 연준의 완화기조 등으로 전년에 이어 원·달러 환율이 강세 흐름을 보였고, 2016년말 이후엔 미 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약세를 보이다 강세로 전환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달러화 흐름 등에 영향받으며 움직였다.
실물경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소비심리를 다소 약화시켰지만 전체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2004년엔 상반기중 수출호조로 성장세가 확대됐으나 하반기엔 대외수요 둔화 및 IT경기 하강 등으로 수출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2016~2017년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및 내수 회복을 기반으로 대체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통상 불확실성·주력산업 경쟁심화…영향 증폭
이번과 과거 모두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고채금리, 신용스프레드, CDS프리미엄 등이 탄핵국면 전반에 걸쳐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탄핵 국면에는 중국의 고성장, 반도체 경기 호조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수출개선을 통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이번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해외요인이 국내요인과 중첩될 경우 경제적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두 번의 사례에 비해 경젱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은 "경기 여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제정책이 정치상황과 분리돼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된다는 신뢰가 유지될 경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향후 정치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