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의 올해 희망퇴직자 수가 지난해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희망퇴직 대상을 30대까지 확대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소폭이나마 늘리며 연말 연초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비용 절감 및 인사적체 해소 필요성에 더해 디지털 전환이 전보다 빨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최근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미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올해 희망퇴직자 541명을 확정했다. 지난해 234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 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자를 30대 후반인 1986년생까지 파격적으로 넓혔다. 출생연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이 특별퇴직금으로 나갔다.
농협은행은 전년 대비 약 20명 증가한 391명이 희망퇴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한 국민은행도 지난해 674명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도 올해는 희망퇴직 신청자 나이를 기존보다 2살 더 낮춰(1974년 이전 출생자·만 50세) 범위를 확대했다. 또 재취업지원금을 지난해(3400만원)보다 많은 4000만원으로 높였다.
현재 접수 중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올해 퇴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두 은행에선 각각 325명과 362명이 옷을 벗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퇴직자는 총 1967명으로 전년보다 15% 가까이 줄었다. 최대 기본급 35~36개월치를 지급하던 특별퇴직금 규모를 31개월로 축소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자 장사로 퇴직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특별퇴직금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하다. 하지만 신청대상 범위를 넓히고 특별퇴직금 외 재취업지원금 등을 늘리면서 신청자 증가를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기가 본격화하면서 희망퇴직 조건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어렵다는 불안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직 슬림화 등 은행 필요인력도 주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며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중·지방·특수은행 등 17곳의 점포 수는 총 5693곳으로 집계됐다. 2020년(6404곳)에 견줘 700곳 이상 없어졌다.
고위직이 더 많은 역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도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중장기적 판매관리비 절감과 세대교체를 노리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하고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효율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