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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다르네?' 보험사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엔 '시큰둥'

  • 2025.01.20(월) 08:05

시범운영 기간 운영…제재 면책 '당근책'
분주한 보험사…신한라이프는 작성 완료
"인센티브 매력 떨어져" 조기 도입 '눈치'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가 은행·금융지주사에 이어 대형 금융투자사·보험사까지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시범운영 기간을 두고 이때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곳엔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무에 따라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지정해 문서로 만든 것이다. 임원별로 책무 상세 내용을 기술한 '책무기술서'와 직책별 책무 체계를 도식화한 '책무체계도'로 구성된다. 대형 금융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혹여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명확한 책임을 묻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시범운영 기간 '책임 면제'

개정 지배구조법에 따라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보험사는 7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후부터 대표이사와 임원은 자신의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위험관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 조치를 하는 등 관리의무를 부담한다.

개정 지배구조법에 따른 관리의무는 금융사가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제출하면 적용된다. 금융사가 이미 책무구조도를 작성했더라도 먼저 제출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범운영 기간을 운영한다. 보험사가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조기에 도입‧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시범운영을 위한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을 따로 정하고 기한 내 책무구조도를 내는 보험사에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희망하는 보험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4월 11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된다. 시범운영 기간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날로부터 7월 2일까지다.

시범운영에 참여한 보험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책무구조도 점검·자문 등 컨설팅 △내부통제·관리의무 등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 면제 △시범운영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 관련 제재 감경·면제 등 3가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보험사 준비 '속도'

대형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법무법인, 회계법인과 손잡고 책무구조도 준비에 나섰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PwC·법무법인 율촌, DB손해보험은 KPMG·법무법인 광장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KPMG·법무법인 김앤장과 협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들도 책무구조도 마련에 분주하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말 보험사 중 가장 처음으로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책무구조도를 준비하며 계열사도 동일하게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책무구조도 이행점검을 자체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KB라이프생명도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며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내용을 추가했다. 다만 KB라이프는 아직 책무구조도를 작성 중인 상황이다. KB금융 내 또 다른 보험계열사인 KB손해보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딜로이트·법무법인 화우에 컨설팅을 의뢰해 책무구조도를 준비 중이다.

인센티브엔 '시큰둥'…"그냥 7월에"

다만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인센티브가 조기 도입을 촉진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하지 않으면 시범운영 기간에도 아예 관리 의무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제공하는 컨설팅도 감독 당국이 원래 제출 기한보다 먼저 책무구조도를 들여다보는 것이라 부담스럽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금융 당국이 은행과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할 당시 총 18개(금융지주 9개·은행 9개) 금융사가 참여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물론 은행 역시 초기엔 시범운영 도입을 망설이며 눈치보다 막판에 대거 참여로 방향을 틀긴 했다. 이들 은행과 달리 보험사들은 금융사고가 많지 않아 인센티브를 큰 장점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 463건 중 생·손보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89건으로, 전체의 19.2%였다. 금액으로 보면 6616억7300만원 가운데 8%(529억700만원) 수준으로 카드(229억6500만원) 다음으로 적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리겠느냐"며 "대표이사와 임원이 제재를 받을 수 있어 민감한 사안인 데다, 시범운영 기간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인센티브도 실효성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1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사고가 많았고 감독 당국 방향에 맞춰 동참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다만 금융사 입장에서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아 대부분 제출 시기인 7월에 맞춰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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